SC제일은행이 5000억원 규모의 원화 커버드본드(이중상환채권부 채권)를 27일 발행했다. 국민은행에 이어 은행권에서 두 번째다. 정부도 커버드본드 발행을 권장하고 있어 앞으로 이 같은 방식의 자금 조달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커버드본드는 금융회사의 우량 자산을 담보로 하는 만기 5년 이상의 장기 채권이다. 만기 5년인 SC제일은행의 이번 채권은 신용등급 AAA를 받았다.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이 평가하는 등급 중 최고 등급이다. 발행금리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15bp(1bp=0.01%)를 가산한 연 1.66%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투자 안전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외 기관이 다양하게 물량을 받아갔다”며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장기·고정금리 대출에 활용할 계획이고 추가 발행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이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5월 국민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원화 커버드본드 4000억원 상당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달에도 5000억원 규모를 추가 발행했다. SC제일은행까지 발행에 성공하면서 향후 은행권의 커버드본드 발행이 잇따를 수 있다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금융권이 커버드본드에 주목하는 것은 투자 안정성과 낮은 자금 조달 비용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발행 기관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투자자가 담보 자산에 대해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어 일반 채권보다 안전하다는 평가다. 그동안은 유럽 금융회사 위주로 커버드본드가 발행됐다.

금융당국의 정책 변화가 커버드본드 발행에 물꼬를 터줬다. 당국은 예대율 산정 시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 잔액의 1%를 예수금 인정 한도로 허용하겠다고 올초 발표했다. 또 자기자본비율(BIS)과 보험사 지급여력(RBC)비율을 산출할 때 커버드본드에 대한 위험 계수를 은행채보다 낮게 적용하기로 했다. 대형은행 채권담당 임원은 “은행들이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어 발행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