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팀만이 최고의 성과 낸다고? '원 팀'으로 신화 쓴 U-20 태극전사들
올해 6월은 대한민국 20세 이하 청소년 축구 대표팀 선수들로 인해 기쁨과 행복을 만끽했던 시간이었다. 멕시코 4강 신화(1983년) 재현을 넘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세계 대회 사상 첫 준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쓰기까지 무려 36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새 역사는 최초의 신화보다도 더 짜릿하고 감동적이었다.

경제는 곤두박질쳐서 기업들은 위기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좁은 이 나라는 화합이 아닌 정치 싸움과 분열로 조용한 날이 없다. 청년들의 기억에서 꿈, 희망, 도전이라는 단어가 희미해지고 존경할 만한 리더조차 찾아보기 힘든 오늘날 어린 선수들의 팀이 ‘정정용’이라는 겸손한 리더와 함께 ‘하나됨의 위대한 여정’을 우리에게 선사한 것이다.

‘파워 오브 원’. 하나됨의 위대한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 진정한 ‘원 팀’이 무엇인지 보여준 청소년 선수들을 통해 그 교훈을 되새겨보자.

진정한 ‘원 팀’은 같은 생각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얼라인먼트(정렬)가 확실히 됐다는 얘기다. 엎치락뒤치락 역전의 역전을 거듭하며 4강 신화를 재현했던 세네갈전을 끝낸 이후 정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잊을 수 없다. 대표팀이 어떤 팀인지 소개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우리 팀은 하나입니다. 코칭 스태프부터 모든 선수까지 원 팀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힘이고 승리의 원동력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다른 모든 선수의 입을 통해서도 비슷한 대답이 되풀이됐다.

둘째, 공유된 목표가 있고 그것을 중요한 약속처럼 지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목표 없는 조직이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 가슴까지 공유된 것인지는 또 다른 얘기다. 중요한 것은 공유된 목표로 뿌리내리기까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리더는 선수들 눈높이에 맞춰 이해시켜 주려고 하는 것이다. 청소년 대표팀의 경우 이 과정에서 감독이 자신의 전술노트를 선수들에게 나눠주며 공부까지 시킨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아울러 진정한 원 팀은 선수 총합의 능력으로 최적의 팀 운영을 한다. 이번 청소년 축구 대표팀은 최고의 팀은 분명 아니었다. 이강인이란 축구 천재가 있었지만 또 한 명의 걸출한 스타 정우영은 끝내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변화무쌍한 최적의 전술 운영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보기 드물게 18명의 필드 플레이어 모든 선수가 경기에 출전하는 진기록을 세웠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모든 벤치 후보들조차 자신의 역할 의미를 정확히 깨우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드림팀만이 늘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벤치의 힘이 강하고 그들 역시 역할을 해줘야만 새로운 기록 달성은 가능한 것이다.

드림팀만이 최고의 성과 낸다고? '원 팀'으로 신화 쓴 U-20 태극전사들
우리 청소년 축구 대표팀의 선전은 비즈니스 현장에도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죽음의 조에 편성돼 첫 경기 패배라는 난조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위기를 넘기면서 올라온 팀. 그렇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 늘 우리는 ‘원 팀’을 외치고 갈망하지만 액자 속의 공허한 구호로 끝나는 경우가 너무 많고 ‘원 팀’이 될 수 없는 다양한 핑곗거리를 만들어내곤 한다. 젊은 태극전사들이 남겨준 교훈을 한 번 더 곱씹어 보게 된다.

한준기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