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사진=한국은행·연합뉴스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사진=한국은행·연합뉴스 제공
미국과 한국의 중앙은행이 나란히 금리인하 '깜빡이'를 켰지만 분위기는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에 제동을 건 반면 한국은 여러 차례 경기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금리인하에 한 발 더 다가가고 있는 모습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미 외교협회(CFR) 연설에서 "더 큰 불확실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변화에 과도한 대응을 하지말아야 한다"며 "향후 경제전망 정보를 주의 깊게 보겠다"고 발언했다.

이는 경기 확장세 유지를 위한 0.25%p 금리인하 방침은 인정하지만 0.50%p 인하처럼 과도한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이어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며 "통화정책 완화의 근거들은 강해졌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중앙은행은 보통 한번에 0.25%p씩 금리를 상향, 하향조정한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통화정책이 정치이익에 휘둘리게 되면 타격을 받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도록 의회가 규정해놨다"며 "이걸 '독립성'이라고 부른다"라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기준금리를 내리고 완화해야 할 때에 그들(중앙은행)이 고집 센 아이처럼 굴고 있다"면서 "망쳐버렸다"고 파월 의장을 비판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연이어 적극적 금리인하 시사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불확실성 전개 방향과 그것이 우리 경제의 성장과 물가 흐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밀히 점검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기념식에서도 "통화정책은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나가야 한다"며 금리 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이날 재차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고 언급함으로써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이달 들어 세 차례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2일 창립 기념사를 통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선회할 뜻을 처음 내비쳤고 20일에는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며 "대외여건이 급작스럽게 많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대외 경제여건이 안갯속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 깜빡이'가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3분기에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