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재영입 '가속 페달'…SK출신 설원희 부사장 '수혈'
현대자동차가 외부 인재를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SK그룹 출신을 전략기술본부 부사장으로 앉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외부 수혈이 더욱 활발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설원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객원교수(58·사진)를 미래혁신기술센터장에 배치했다.

미래혁신기술센터는 전략기술본부 산하 조직으로 자율주행과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기술을 선행연구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당장 활용할 가능성은 낮지만 미래에는 자동차와 연계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미래혁신기술센터가 맡고 있다. 사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설 신임 센터장은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와 퍼듀대에서 각각 석사(컴퓨터공학)와 박사(전기공학)학위를 취득했다. SK텔레콤에서 정보기술원 IT인프라개발그룹장과 힐리오(SK텔레콤의 미국 이동통신 법인) 사장, M&F사업부문장 등을 지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R&D전략기획단의 산업융합담당 투자담당자(MD), 정부 신성장위원회 위원도 역임했다.

이번 영입으로 현대차 미래전략을 총괄하는 전략기술본부 내 고위직 3인방이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워졌다. 본부장인 지영조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이다.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을 맡은 윤경림 부사장은 KT에서 일했다. 뇌 과학자 출신인 장동선 미래기술전략팀장도 외부에서 영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다른 기업 출신 인재를 적극적으로 데려오고 있다. 2017년까지만 해도 폭스바겐 BMW 등 다른 자동차 회사에서 디자이너나 연구원을 영입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다른 국내 기업에서 인재를 충원한 적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경제계에서 ‘현대차는 순혈주의가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현대차가 달라진 것은 지난해 9월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다. 정 수석부회장은 외부 인재 수혈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CT기술사업부장인 김지윤 상무와 ICT본부장 서정식 전무는 KT 출신이다. 에어랩 리더 김정희 상무는 네이버에서 일한 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정기 공개채용을 없앴고, 직급 단순화 작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며 “기존의 틀에 갇혀서는 미래형 인재를 뽑을 수 없다는 판단에 과감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병욱/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