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카를로스 곤 전 회장의 비리 문제가 불거진 것을 계기로 경영체제 개편을 추진해온 닛산차가 사외이사 중심의 지배구조(거버넌스)로 전환하는 정관을 확정했다.

닛산차는 25일 요코하마 본사에서 주총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경영체제 개편안과 이사 11명 선임 안건을 가결했다. 사외이사 자리는 기존 3개에서 이번에 7개로 늘어났다. 사내이사로는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広人)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등 닛산차 인사 2명과 지분 43.4%를 가진 대주주인 르노의 장 도미니크 세나르 회장과 티에리 볼로레 CEO 등 4명이 선임됐다.

주총 후 열린 이사회에서 경영 실무를 맡는 사이카와 사장은 연임이 결정됐다. 사이카와 사장은 일본 검찰이 작년 11월 곤 전 회장의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서도록 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사이카와 사장은 이번 주총을 통해 곤 전 회장을 축출하는 사내 쿠데타를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의 감독과 집행을 분리하는 새 경영체제로는 '지명위원회 등 설치회사'(이하 설치회사)가 출범했다. 설치회사는 대표이사 후보를 결정하는 '지명', 임원 보수를 책정하는 '보수', 직무집행을 감시하는 '감사' 등 3개 위원회 체제로 가동된다. 르노 측을 대표하는 이사인 세나르 회장은 지명위에, 볼로레 CEO는 감사위에 참여한다. 또 세나르 회장은 이사회 부의장을 맡았다.

이사회 의장으로는 경단련 부회장 출신으로 사외이사인 기무라 야스시(木村康) JXTG 홀딩스 상담역(고문)이 선출됐다. 닛산차는 도요다 마사카즈(豊田正和) 전 경제산업심의관을 이사 후보를 뽑는 지명위 위원장에 앉히는 등 3개 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가 이끌도록 했다.

이날 주총에선 닛산차와 르노의 경영통합 문제를 놓고 양사 간에 입장차가 드러났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세나르 르노 회장은 닛산차의 대주주로서 향후 이사회에서 통합 문제를 거론하고 싶다며 르노·닛산차의 경영통합 계획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사이카와 사장은 "양사 간 제휴가 그동안 성과를 낸 것은 서로 자율성을 존중하고 독립기업으로 의사결정을 해왔기 때문"이라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또 르노와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CA)의 통합 문제를 놓고도 닛산차와 르노 간에 견해차가 부각됐다. 닛산차는 르노와 FCA의 통합이 자사의 독립 경영을 위협할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낸 반면에 세나르 회장은 "FCA와의 통합 협상이 현재 중단된 상태지만 닛산차 입장에서도 좋은 프로젝트다"라며 협상 재개에 의욕을 보였다.

일본 언론은 이런 주총 분위기를 전하면서 독립 경영 유지를 목표로 하는 닛산차의 앞길이 험난하다고 전했다.

한편 닛산차 이사로 새로 선임된 볼로레 르노 CEO는 첫 이사회를 마친 뒤 경쟁업체인 도요타자동차의 알파를 타고 떠났는데 이 광경을 본 닛산차 간부가 격노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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