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2분기 외식·식품 등 유통가 신용등급 하향 수순
불황 속 삭풍 부는 유통가 신용등급…강등 행렬 이어져(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황 속 삭풍 부는 유통가 신용등급…강등 행렬 이어져(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기부진이 이어지면서 내수시장 중심의 유통가 신용등급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온라인쇼핑 시장 확대의 위협을 받는 대형마트 등 소매유통업체뿐 아니라 외식·식품 등 기업의 신용등급이 전방위적으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신용등급에 따라 채권 발행 금리가 정해지는 만큼 이는 해당기업들에 악순환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인 CJ푸드빌과 신세계푸드(72,600 -1.49%)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불경기 속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결과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져 실적과 재무안정성에 불안요인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NICE신용평가(이하 나신평)와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21일 CJ푸드빌의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낮췄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같은날 나신평이 단기신용등급을 'A1'에서 'A2+'로 내렸다.

CJ푸드빌은 영업적자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알짜 계열사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한 여파가 신용등급 발목을 잡았다. 투썸플레이스가 매각 전 회사 영업이익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만큼 향후 CJ푸드빌의 수익창출력이 약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신세계푸드빌은 식음 부문 사업환경이 나빠져 향후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식품유통과 제조 사업기반 확장을 위한 투자가 지속된 만큼 차입금 감축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나신평은 진단했다.

식품업계에서도 신용등급 강등 수순을 밟는 기업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제과업체 해태제과식품(7,680 -0.65%),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29,250 0.00%), 돈육가공업체 선진 등 뿐 아니라 CJ그룹 주력사인 CJ제일제당(247,500 -2.56%)도 등급전망 하향 흐름에 편승했다.

해태제과식품은 한신평이 최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를 유지했으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앞서 이달 초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이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한신평도 등급전망을 바꾼 것이다. 히트상품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고, 아이스크림 부문의 적자가 이어진 탓이다.

선진은 돈육가격이 낮게 유지되면서 식육 및 양돈 부문 실적 회복이 지연돼 재무안정성에 부담이 가중됐다는 진단이다. 나신평이 장기신용등급을 'A-'로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

하이트진로는 올 1분기 맥주부문 영업손실 규모가 203억원에 달하면서 수익성이 하락한 점이 우려를 사고 있다. 당기순이익을 웃도는 배당금 지급이 매년 이어지면서 2017년 이후 차입금 감축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기평은 하이트진로 신용등급은 'A'를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해 미국 냉동식품업체 쉬완스 컴퍼니 인수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CJ그룹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2조원 상당의 인수·합병(M&A)에 따른 차입금 부담과 함께 국내외 사업 확장투자를 반영해 한기평이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돌렸다. 신용등급은 'AA'를 유지했다.

롯데그룹 계열 롯데제과(142,000 -0.70%)롯데칠성(134,500 -0.74%)음료는 그룹 주력사인 롯데쇼핑(133,500 +0.75%)의 신용등급 강등과 이에 따른 지주사 롯데지주(35,700 -0.28%)의 신용도 하락이 반영돼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지난달 나신평과 한기평은 롯데마트와 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내려잡았다. 한기평은 등급 하향 배경에 대해 "온라인 채널의 경쟁 격화와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비우호적인 사업환경 등을 감안하면, 향후 국내 주력사업의 실적회복이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신용도 평가 시 가중치가 높은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롯데지주 신용도가 하락하면서 나신평과 한기평은 계열사 롯데제과('AA+'→'AA'), 롯데칠성음료('AA+'→'AA'), 롯데푸드(443,000 -0.45%)('AA+'→'AA') 등 식음료 계열사 신용등급도 일제히 내렸다.

또 다른 대표 대기업집단인 신세계(265,000 0.00%)그룹에서는 대형마트인 이마트(132,000 +3.13%)가 부진한 실적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1분기 실적 부진과 함께 국제 신평사의 등급 변경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무디스는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3'로 낮췄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신용등급은 유지했지만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국내에서도 실적 부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나신평은 "회복하기 어려운 실적 저하 추세인지 여부 등을 판단해 향후 이마트의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류업계에서는 신원(2,095 +1.45%)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직전 등급인 'BBB-'로 떨어진 상태다. 앞서 4월 한기평이 'BBB'에서 'BBB-'로 내린 데 이어 이달 나신평도 하향 행렬에 동참했다. 국내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의류소비가 둔화된 가운데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저하됐고, 현금창출능력 대비 차입금 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란 지적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최근 이 같은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움직임에 대해 경기부진 전망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하이트진로, 해태제과식품 등 사례에 비춰 신평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경향이 커졌다"며 "전반적인 경기가 부진하고 향후에도 경기부진을 탈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업황이나 전반적인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의 기업실적도 저하기조를 탈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당장의 모멘텀은 크지 않아도 향후 전망을 반영한 레이팅 액션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2.6~2.7%)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경기 등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확대된 결과다. 한국은행은 다음달 18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추가로 내릴지를 결정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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