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경기 평택항에서 환경부 관계자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 반송된 폐기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경기 평택항에서 환경부 관계자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 반송된 폐기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필리핀 관세청이 우리 정부와 체결할 예정이던 ‘불법 쓰레기 수출입 공조단속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연기했다. 필리핀 내부 행정절차 때문이라지만 ‘쓰레기 수출’을 놓고 논란이 컸던 터여서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세청은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관세기구(이하 WCO) 총회 중 필리핀 관세청과 맺기로 했던 쓰레기 수출 단속 협약을 연기했다고 발표했다. 필리핀 정부 측 요청에 따른 것이다.

WCO는 전세계 183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관세행정 회의기구로, 회원국이 차지하는 무역량 비중은 전세계의 99%에 달한다. 우리 관세청은 1968년 회원으로 가입했다. 김영문 관세청장도 매년 한 차례 열리는 이번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우리 관세청과 필리핀 관세청간 협약은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쓰레기 불법 수출 사건을 계기로 양국 간 수사 공조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추진됐다. 양국은 협약을 통해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에 대한 국경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었다.

작년엔 우리나라 업체가 6000여t의 폐기물을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한 게 확인돼 환경단체와 현지 시민단체 항의로 국내로 반송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필리핀 정부는 폐기물 반입을 억제하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필리핀 측의 협약 연기 요청에 대해 우리 관세청 관계자는 “필리핀 외교부와의 행정처리 절차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추후 재추진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정부기관 간 협약이 내부 절차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연기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필리핀 내부에서 불법 쓰레기 단속을 놓고 이견이 나온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