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취업규칙 변경 통보
현대車 "상여금 매달 주겠다" 최저임금 고육책

현대자동차가 두 달에 한 번씩 주는 상여금을 매달 쪼개 주는 쪽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기로 확정했다. 근로자 평균 연봉이 9200만원인 이 회사 직원 7200여 명의 시급이 최저임금(8350원)에 미달하는 ‘기형적 임금체계’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본지 5월 14일자 A1, 15면 참조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1일 노조에 ‘최저임금법 위반 해소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 통보’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두 달마다 주던 상여금을 매달 월급에 포함해 최저임금 계산 때 따지는 분자(월별 임금)를 늘리는 ‘고육지책’이다. 회사 측은 “연봉 8000만원이 넘는 직원까지 최저임금법에 위반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상여금 지급 주기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노조 의견 청취 과정을 거쳐 고용노동부에 취업규칙 변경을 신고할 계획이다.

올 들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10.9%) 및 시행령 개정(법정유급휴일도 최저임금 기준시간에 포함) 여파로 현대차 직원 7200여 명의 시급이 최저임금 기준을 밑도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보전해주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인건비 쓰나미’를 맞게 된다. 호봉제 임금 테이블 전체가 올라가 7만여 명에 달하는 전 직원의 임금을 올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 7200명 최저임금 미달 사태…현대차 "기형적 임금체계 깨겠다"

현대자동차가 두 달에 한 번씩 주던 직원 상여금을 매달 쪼개주겠다고 노동조합에 전격 통보한 것은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10.9%) 및 시행령 개정(일요일 등 법정유급휴일도 근로시간으로 계산) 여파로 직원 7200여 명의 시급이 최저임금 기준(8350원)을 밑도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각종 수당과 상여금이 기본급보다 많은 ‘기형적 임금 구조’ 탓이다. 최저임금(시급)을 계산할 때 임금은 매달 주는 기본급만 포함한다.

연봉 8000만원도 최저임금 미달

현대차는 그동안 매년 기본급의 750% 정도에 달하는 상여금 일부(600%)를 두 달에 한 번씩 나눠줬다. 이를 12개월로 분할해 월급처럼 주는 쪽으로 취업규칙을 바꾸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에서 8350원으로 10.9% 올랐다. 여기에 시행령 개정으로 법정유급휴일이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포함돼 가만히 앉아 ‘인건비 폭탄’을 떠안게 됐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임금총액의 변동이 없기 때문에 노조의 의견을 듣는 과정만으로도 취업규칙 변경이 법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임금 체계 변경에 나선 사연은 이렇다. 연봉이 7000만원가량인 이 회사 직원의 월 기본급은 160만원(법정주휴수당 포함) 정도다. 기준 시간이 월 174시간(시행령 적용 전)일 때 시급은 9195원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올 들어 최저임금을 따지는 기준시간이 월 209시간(법정유급휴일 포함)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급이 7655원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 최저임금법 기준(8350원) 미달이다. 현대차 직원의 평균 연봉은 9200만원(2018년 기준), 신입사원 연봉은 5200만원 수준이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연봉이 8000만원 안팎인 직원까지 최저임금 위반에 해당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현대차가 최저임금에 미달한 직원들의 임금을 보전해주면 임금 테이블 전체가 올라가게 된다. 생산직 직원 대부분이 호봉제에 기반한 임금체계를 적용받고 있어서다. 회사 전 직원 7만여 명의 월급을 모두 올려줘야 한다. 회사가 감당해야 할 인건비만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가 두 달마다 주는 정기 상여금을 매달 월급에 포함해 최저임금 계산 때 따지는 분자(월별 임금)를 늘리려는 이유다. 통상 최저임금(시급)을 계산할 때는 매달 주는 기본급(법정주휴수당 포함)만 따진다.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노사 합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은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취업규칙과 단협이 상충할 경우 단협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조항(노동조합법)을 내세우고 있다. 노조는 “상여금을 매달 분할 지급하면 이 금액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현대차는 단협 위반 논란으로 과태료를 물더라도 취업규칙 변경(상여금 매달 분할 지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여금 일부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기본급을 높이되, 연장근로 등 각종 수당이 동반 상승하지 않도록 임금 구조를 손보는 방안을 노조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회사 대표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받는다. 단협을 어기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정부가 산업현장 혼란 부추겨”

현대차가 취업규칙 변경을 강행한 이유 중엔 회사 경영진이 최저임금법 위반에 따른 고소·고발 사태에 휘말릴 가능성을 없애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최저임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직원이 진정을 제기할 경우 일정 처벌 유예기간(3~6개월)이 지나면 법적 분쟁에 내몰릴 수 있다. 업계에선 최저임금법 위반에 따른 처벌 유예기간을 놓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혼란이 일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최저임금법 위반에 따른 고소·고발은 지금까지 없으며, 이에 따른 산업현장의 혼란도 없다’는 취지의 자료를 냈다. 고용부는 “올해 6월 30일까지 최저임금 처벌 유예 기간을 따로 둔 적은 없다”며 “(진정에 따른) 사업장 감독 및 신고 사건 처리과정에서 최저임금법 위반이 확인된 경우, 그날로부터 최장 6개월(취업규칙 개정 필요 때 3개월, 단협 개정 필요 때 6개월)의 자율 시정기간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생기면 시간을 더 줄 테니 노사가 알아서 합의하라는 얘기다.

업계에선 정부가 산업현장의 혼란을 되레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취업규칙이나 단협 변경 과정에서 노사 갈등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처벌 유예 기간이나 노사 합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뒷짐을 쥐고 구경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