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태움’ 관행이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움은 간호사 간 위계를 바탕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을 뜻한다. 국내 대형 종합병원 11곳은 간호사 수당·퇴직금 등 총 63억원어치를 떼먹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종합병원 수시 근로감독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고용부는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실시한 1차 근로감독 대상 병원(43개소) 가운데 권고 받은 개선점을 보완하지 않은 대형 종합병원 등 총 11곳을 추려 재차 근로감독에 나섰다. 근로감독은 지난 2월1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진행됐다.11곳 병원 근로감독을 진행한 결과 노동 관계법 위반 사항 37건을 확인했으며 규정에 따라 조치했다고 고용부는 발표했다.

이들 병원은 연장·야간·휴일수당 60억원어치, 퇴직금 9300만원어치 등 임금 63억원어치를 체불했다. A병원의 경우 3교대 근무 간호사 263명에게 연장근로 수당 1억9000여 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B병원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수준을 밑도는 금액을 지급하는 등 6600만원어치 임금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C병원은 정규직 약사에게 지급하는 조정 수당을 비정규직 약사에게는 주지 않았다. 고용부는 이처럼 ‘공짜 노동’을 방지하기 위해 출퇴근 관리 시스템을 이들 병원에 구축할 예정이다.

이들 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태움 관행 10여건도 발견됐다. 간호사들이 환자들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 선배들로부터 인격 모독성 발언을 듣거나 꼬집히고 등짝을 맞는 사례도 확인됐다. 고용부는 이들 태움 사례가 발견된 병원에 개선 권고를 내렸다. 권기섭 고용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다음달 16일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 괴롭힘 가해자를 처벌할 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며 “정보기술(IT) 업종 등에 대한 근로감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