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동남아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벤처캐피털(VC)의 투자가 이어지는 데다 각국 정부도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펴고 있어서다.

거대 내수시장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최근 글로벌 VC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7000만 명인데 평균 연령은 29세 수준이다. 그만큼 소비 잠재력이 크고 변화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동남아 지역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여덟 곳 가운데 네 곳이 인도네시아에서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차량공유 서비스 ‘고젝’, 여행 서비스 ‘트래블로카’, 오픈마켓 서비스 ‘부칼라팍’, 온라인 전자상거래 서비스 ‘토코피디아’가 그 주인공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재선에 성공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핵심 공약으로 스타트업 육성을 내세우고 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지원을 대폭 강화해 인도네시아를 ‘유니콘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교통체증, 물류시설 부족 등 이 나라의 고질적인 인프라 문제를 스타트업 활성화를 통해 풀겠다는 것이다.

베트남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앱(응용프로그램) 개발 등 정보기술(IT) 아웃소싱에 의존했던 스타트업 하청산업에 창업 ‘붐’이 확산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베트남 상공회의소(VCCI)에 따르면 베트남에선 3000여 개 스타트업이 현지 및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인도는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을 정도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췄다. 지난해에만 인도에서 8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미국(25개)과 중국(20개) 다음으로 많다. IT 인력의 수준은 높지만 인건비가 저렴한 게 강점으로 꼽힌다. 정부 산하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본투글로벌에 따르면 인도의 IT 인건비는 중국의 3분의 1, 실리콘밸리의 4분의 1 수준이다.

본투글로벌 관계자는 “인도 정부는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 규제기관인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를 폐지하면서 문호를 완전히 개방했다”며 “외국인 VC의 투자한도를 100% 허용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등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