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 만도가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1심은 회사 측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주장을 인정했지만,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의성실의 원칙이 인정되면 근로자들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발생할 수준으로 통상임금 소급 적용을 청구할 수 없다.

서울고등법원은 21일 강모씨 등 15명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퇴직금 중간정산액을 다시 계산하고 미지급분을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회사가 이들에게 퇴직금 중간정산액을 추가로 지급하더라도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강씨 등은 2013년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지만,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2016년 미지급금을 소급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퇴직금 중간정산액을 추가로 지급하면 회사에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2심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서울고법은 “피고(만도)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더라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이 지난 2월 14일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신의칙 적용이 한층 엄격해졌다는 분석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회사가 망하기 직전 상태가 돼야 신의칙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라며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다가 미래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만도 근로자들은 통상임금 소송을 여러 건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다른 만도 근로자 42명도 2012년 미지급 수당을 소급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이 소송도 1심은 회사 측이, 2심은 근로자 측이 이겼다. 만도는 통상임금 관련 미지급금과 관련해 1446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1129억원)보다 더 큰 규모다.

도병욱/조아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