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은 관련기술 개발 때
국가 R&D예산 지원 안 받아
정부 "M&A 신고 대상 아니다"
국내 전력회사들이 보유한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대한전선의 최대주주인 IMM PE가 대한전선을 중국 업체에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전선업계는 이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500㎸ 이상 초고압 전력케이블 설계·제조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7월 초 산업부 장관이 고시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500㎸급 이상 초고압교류송전(HVAC),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스템 기술을 모두 보유한 곳은 유럽, 일본, 한국 기업을 포함해 7개뿐이다.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이 관련 기술을 습득할 경우 저가 공세를 통해 국내 관련 시장 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위원회는 판단했다.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업체가 지정에 반대했지만 한국이 보유한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향후 시장성이 높고, 경쟁국에 기술이 유출되면 국내 전선업계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전선 관계자는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 기술은 해외에서도 이미 보유한 범용 기술로, ‘필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국가핵심기술을 지정해야 한다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관련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고 해서 당장 정부가 대한전선의 해외 매각을 막을 수는 없다. 대한전선이 관련 기술을 개발할 때 국가로부터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원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국가로부터 R&D 예산을 지원받아 국가핵심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해외 기업과 M&A를 진행할 경우 사전에 산업부에 신고 및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심의 과정에서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매각을 금지할 수도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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