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60년간 쌓아온 우리 원전 기술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는 20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치와 탈원전’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탈원전 정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에교협은 국내 61개 대학 225명의 교수가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다.

이덕환 교수는 “지난 2년간 원전 전문가들이 대거 업계를 떠났고 원전 부품산업이 무너졌다”며 “원전의 안전한 운영도 보장하기 어렵게 됐다”고 걱정했다. 그는 “탈원전 여파로 아랍에미리트(UAE) 장기정비계약(LTMA)을 한국이 단독 수주하지 못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며 “당국이 최근 수사에 착수한 한국형 원자로(APR-1400) 기술 유출은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예컨대 UAE의 한국형 원전을 외국 기업이 유지·보수할 때도 우리 도면과 정보를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 교수는 “APR-1400은 이제 한국의 기술이 아니라 세계 인류 공동의 자산이 될 판”이라며 “대통령이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게 취임사에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던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에너지 정책에 환경적 고려가 강화되는 건 세계적 추세”라면서도 “정부는 사회 내부의 신중한 토론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탈원전을 졸속 추진하면서 부작용과 반발을 불러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탈원전 공론화와 입법 과정, 국민투표 등 정치 과정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두산중공업과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원전 생태계 붕괴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며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진 탈원전 정책은 헌법의 재산권 보장 원칙에 위배되며 정권이 바뀌면 반드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