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가 1주일가량 남았다. 남은 한 주간은 상반기를 점검하고 하반기 전략을 가다듬는 데 활용해보자. 지금처럼 환경이 급변할 때는 점검 주기를 단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였다. 무려 40년 이상을 CEO로 근무했다. 그는 자신의 장수 비결로 ‘끊임없는 점검’을 꼽았다. ‘실리콘밸리의 악동’이라는 별명처럼 그는 사업계획 점검에서도 유별났다. 심지어 신혼여행을 떠나서도 늦은 밤까지 자회사 재무제표를 분석했다고 한다.

점검은 혁신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부사장 출신인 앨런 멀럴리는 2006년 9월 포드 CEO로 발탁됐다. 당시 포드는 13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신용등급은 ‘Ba1’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멀럴리가 퇴임하기 직전인 2014년 포드는 9조원 가까이 순이익을 냈다.

멀럴리는 포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혁신적 정책을 도입했다. 판매량이 높은 차량을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재정비했다. 생산라인을 단순화하고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9만5000여 명이던 종업원은 멀럴리 취임 2년 만에 6만4000명까지 줄었다.

사업 전략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 시스템도 보완했다.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자신이 직접 주재하는 사업계획 점검 회의였다. 매주 목요일 멀럴리는 각 부서 책임자들과 임원회의를 열었다. 출장을 갔을 때도 거르지 않고 화상으로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각 부서 책임자들에게 담당분야의 잠재적 문제점을 직접 알리도록 했다. 재미있는 것은 각 부서 보고서에 시각적 효과를 위한 컬러 코드를 부가하게 한 점이다. 특정 사안이 문제가 크면 ‘빨강’을 표시했다. 정상 상태이면 ‘녹색’으로, ‘노랑’은 주의를 요한다는 뜻이었다. 초기에는 모든 보고서에 녹색표시만 있었다고 한다. 이에 멀럴리는 “올해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볼 것 같은 데 아무 문제가 없느냐”고 다그치며 회의를 주도했다.

멀럴리가 이처럼 사업계획 점검을 중시하게 된 이유는 보잉 재직 경험에 있다. 보잉도 2000년대에 지속적인 실적 감소를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잉은 CEO와 고위임원으로 구성된 주간 리뷰 회의를 운영했다. 이 팀에서 발굴한 전략적 이슈들은 차주 주간 리뷰 회의에 상정됐다. 이 자리에선 이슈에 대한 검토와 함께 해결을 위한 실행계획도 확정됐다. 또 주 단위로 실행사항 및 결과에 대한 점검을 함으로써 신속한 상황 변화에 대한 대처가 가능해 졌다.

한편 사업계획에 대한 상반기 점검을 거치면 달성 여부에 따라 하반기 사업계획 조정이 수반된다. 당초 사업계획대로 진행되는 부분도 있지만 축소나 확대 또는 폐지가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내부 자원의 재조정이 필요해진다. 조직 규모가 크면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풍랑'을 어떻게 헤치고 나갈까?…사업계획 점검이 '경영 나침반'
그렇게 되면 적절한 자원배분도 어렵고 타이밍을 놓치는 사례도 발생한다. 시스코는 이 같은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자원 배분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보다 신속하게 예산, 인력 등의 내부자원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전략 실행은 자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운영모델을 갖추는 노력도 사업계획 점검단계에서 요구된다.

경영 활동은 항해 활동과 비슷하다.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지금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남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예상치 못한 풍랑에 따른 피해는 어떤지, 이대로 가면 되는지 등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강성호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