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년 동안 참을 만큼 참았다. 더 이상의 인상은 못 받아들인다.”(경영계)

“최저임금 1만원은 사회적 약속이다. 동결 주장 계속 땐 회의 진행 못한다.”(노동계)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노사 간 협상이 시작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 심의에 들어갔다. 공익위원이 물갈이 된 이후 내년 임금을 놓고 줄다리기를 시작한 첫 논의다. 회의에는 근로자위원 8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8명 등 총 25명이 참석했다.

경영계는 지난 2년간 과도하게 올랐다며 ‘동결’을 호소하고, 노동계는 ‘공약대로 2020년 1만원’을 고수하는 등 노사의 입장 차는 그 어느 해보다 크다. 이 같은 분위기는 노사 양측이 회의 시작 전부터 날카롭게 맞서면서 현실이 됐다.

‘포문’은 사용자 측이 먼저 열었다. 사용자위원 대표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지난 2년간의 과도한 인상으로 사업주는 물론 근로자에게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대내외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획기적이고도 상징적인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거론하며 사실상 ‘동결’을 요구했다. 이 본부장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지난 2년간 30%에 달하는 과도한 인상에도 최대한 감내하고 최저임금 준수를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 더 이상의 인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들이 이런 절박한 상황을 잘 살펴서 심의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노동계는 경영계의 호소에 ‘최저임금위원회 무용론’을 거론하며 정면 반박했다. 근로자위원 대표인 이성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이 2년간 30% 가까이 올라 일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타격을 입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소상공인 입장은 이해하지만 끝까지 동결을 주장하면 최저임금위원회가 필요하겠느냐”고 맞섰다. “동결 주장을 계속하면 회의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며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주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했다. 이 실장은 “최저임금 1만원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하고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가 내건 사회적 약속”이라며 “속도조절론은 시급 1만원을 달성한 이후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저임금의 결정단위 표기 방식을 놓고 5시간가량 격론이 오갔다. 소상공인 등 사용자위원들은 2015년 이후 시급과 월급(주휴수당 포함)을 함께 표기해온 것에 반대하며 내년 최저임금부터는 시급만 표기하자고 제안했다. 월급제가 아닌 다양한 고용 형태가 있는데 마치 주휴수당을 반드시 줘야 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오해를 심어줄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노동계는 현행대로 시급과 월급을 병기해 사용자의 주휴수당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결국 결정단위 표기 방식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오는 25일 4차 전원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박준식 위원장은 “첫날부터 논의가 치열하고 진지하게 진행됐다”며 “법정시한인 이달 27일까지 논의를 마친다고 국민께 약속한 만큼 위원장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