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 대폭 강화

선박용 연료도 '친환경'
조선사는 LNG추진선 집중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NG추진선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NG추진선

내년 1월 1일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 규제에 대비해 국내 조선·정유업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 초일류 기술과 선제 설비투자를 무기 삼아 규제 강화를 후발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리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정유사는 고부가 저유황중유로

19일 업계에 따르면 IMO는 선박용 연료유의 황산화물 함유율을 현행 ‘3.5% 미만’에서 ‘0.5% 미만’으로 낮추는 환경 기준인 ‘IMO 2020’을 내년 1월 발효한다. IMO는 해운 국제 기준을 수립하는 유엔 소속 기구로, 회원국은 한국을 포함해 총 174개국이다. IMO 기준을 맞추지 못한 선박은 회원국 항구에 입항할 수 없다.

황산화물은 미세먼지 등을 유발하는 환경오염물질로 꼽힌다. 선주사가 IMO 2020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연료유 교체 △배출가스 황산화물 저감장치(스크러버) 장착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신규 도입 등이 꼽힌다. 스크러버는 즉각 대응이 가능하지만 설치비가 대당 최고 700만달러(약 8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IMO 2020은 준비된 정유업체들에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선박유 시장은 하루 440만 배럴(1배럴은 158.9L) 규모다. 이 중 80%를 고유황중유가 차지하고 있다. IEA는 내년부터 하루 100만 배럴 수준의 저유황중유 시장이 새로 열릴 것으로 관측했다. 저유황중유는 탈황(脫黃) 과정을 추가하기 때문에 고유황중유보다 비싸다. 에너지시장 분석업체인 ICIS는 0.5% 저유황중유 정제마진(제품값-원유값)이 내년 초 배럴당 27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비해 2010년 국내 정유업체 최초로 시작한 ‘해상 블렌딩 비즈니스’를 작년부터 확대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앞바다의 초대형 유조선을 블렌딩용 탱크로 활용, 해상에서 반제품을 섞어 저유황중유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다가 최근 하루 14만 배럴 규모로 저유황중유 생산을 늘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신규 규제에 미리 대응하려는 수요가 많아 만들면 만드는 대로 팔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말부터 1조원을 들여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도 울산공장에 건설하고 있다. 고유황유를 저유황중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설비다. 내년 4월 가동에 들어가면 하루 4만 배럴의 저유황중유와 경유를 생산하며,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추가로 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조선사는 친환경 LNG 선박에 집중

조선업체들은 LNG 추진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환경 규제가 계속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판단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영국 로이드선급협회로부터 기존 중유추진선 대비 연비를 5~7% 높인 LNG 추진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기술인증(AIP)을 받았다. 선급협회의 AIP는 선주들이 실물을 보지 않고도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할 수 있도록 보증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중공업의 신기술은 △LNG와 중유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바이퓨얼’ 엔진 △원유 탱크에서 증발하는 유증기(油蒸氣)를 모아 연료로 쓰는 휘발성 화합물 포집 시스템 △해상에서 부는 바람의 힘을 프로펠러로 보내는 풍력 추진 기술 등을 조합했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개발한 LNG 추진 VLCC의 AIP를 로이드선급협회로부터 받았다. 삼성중공업의 VLCC는 배 바닥과 바닷물 사이에 공기층을 만들어 연비를 끌어올리는 ‘세이버 에어’로 연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LNG 연료가 중유보다 비싼 만큼 연비 향상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려 대응한다는 설명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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