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던 조동철 금통위원 외에 다른 한 명도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위원과 함께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신인석 위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음 금리 결정 금통위가 열리는 7월 18일에는 최소 두 명이 소수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올 4분기로 관측됐던 금리 인하 시점이 8월로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인하 탄력…금통위 '인하 의견' 또 있었다
18일 한은이 공개한 지난 5월 31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조 위원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경제의 하방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민간부문의 경기 하락 및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를 완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단기간 내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고용부진이 지속되고 가계소득 증가세가 둔화돼 민간소비의 의미있는 반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공공 및 준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경기 하락 추세를 일부 완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이를 통해 민간부문의 경기를 반등시킬 수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위원도 금리 인하 주장에 동조하며 사실상 다음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을 낼 것을 예고했다. 이 위원은 “성장 경로의 하방리스크 확대와 물가의 부진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의 당위성이 있다”며 “다만 예고 후 정책을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은 “1분기에 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0.4%는 예상을 넘어선 수준의 부진이었다”며 “이후 현재까지 지표 추이에 뚜렷한 개선이 보이지 않는 점, 4월 이후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대외환경의 악화가 전개됐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현재 한국 경제의 성장경로가 한은 전망인 2.5%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금통위에 두 명의 소수의견이 나오고 8월에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금통위 이후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달 11일 이 총재는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입장 변화가 없다”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와 거리를 뒀던 이전 발언과는 한층 달라진 것이다. 이달 초부터 모든 국고채 금리가 한은 기준금리(연 1.75%)를 밑도는 등 시장도 하반기 금리 인하를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4분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더 유력하게 보고 있지만 18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미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FOMC에서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이 총재가 다시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싣는 발언을 한다면 인하 시점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미·중 무역분쟁이 이달 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2분기 성장률이 부진하다면 3분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김익환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