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의 공공입찰 관련 소송과 비리 등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연간 14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공공조달시장이 있다. 업계에서는 “수천 가지 품목의 구매계약을 결정하는 ‘큰손’인 조달청이 기업들의 절대 갑(甲)으로 군림하는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조달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조달시장 규모는 141조2753억원이었다. 이 중 조달청을 직접 통한 중앙조달 규모는 37조5366억원, 각 정부 부처 또는 공공기관이 입찰을 하거나 방위사업청 등 다른 기관을 통해 구매한 물품은 103조7387억원이었다.

공공조달 품목 종류도 클립·연필부터 자동차까지 7000개가 넘는다. 웬만한 공산품은 물론 마약탐지견, 콩의 씨앗 같은 동식물까지 조달청의 나라장터에서 거래된다. 조달청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 대부분이 조달청 방위사업청 등 각 조달기관을 통해 정부와 공공기관에 공급된다”며 “현 정부의 공공부문 확대 정책으로 조달시장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중앙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60%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가 대부분 중소기업을 먹여살릴 수 있을 만큼 크다 보니 중소기업으로선 조달청을 통한 납품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임원은 “조달청에 밉보인 기업들이 납품된 제품에 꼬투리를 잡혀 반품 및 재생산 요구를 받았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며 “조달청을 상전 중의 상전으로 모실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해당하는 IT 업체들의 경우 경쟁력 확보는 뒤로 제쳐둔 채 공공조달시장만 바라보는 곳이 많다”며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경쟁력 없는 기업의 시장 퇴출을 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