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1.3%, 동서식품 0.8%, 한국야쿠르트 0.3%, 롯데푸드 -0.4%.

국내 대표 식품기업들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다. 사실상 성장을 멈췄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1분기 실적을 봐도 작년과 비슷하다. 국내 식품산업을 이끌어온 10대 기업 가운데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곳은 CJ제일제당과 동원뿐이다. 2016년 야쿠르트의 콜드브루,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이후 대형 히트 상품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인수합병(M&A)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전통식품업체들이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히트作도, M&A도 없다…활력 잃은 식품업계
수년째 덩치 그대로…“자랄 이유 없다”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 국내 10대 식품기업 가운데 지난해 매출이 2017년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 곳은 CJ제일제당과 동원그룹 정도다. 이들은 최근 3년 동안 적극적으로 M&A에 나섰다. 동원그룹은 2016년 가정간편식(HMR)업체 더반찬, 축산물 유통업체 금천을 인수했다. 이어 2017년 사료업체 두산생물자원을 사들였다. 연관 산업 다각화 전략이었다. “본업을 버리는 자 망하고, 본업만 하는 자도 망한다”는 김재철 명예회장의 경영 원칙을 실행에 옮긴 셈이다.

국내 1위 식품업체 CJ제일제당은 주로 해외 기업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만 미국의 카히키, 슈완스를 인수했다. 독일 마인프로스트와 러시아 라비올리 등 유럽 업체도 사들였다. 그 결과 매출 증가율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은 최근 3년간 화제가 될 만한 M&A를 하지 못했다. 사실상 M&A 무풍지대에 안주했다. 이는 매출 정체로 이어졌다. 동원과 CJ제일제당, 회사를 분리한 롯데제과를 제외한 상위 7개 기업의 작년 매출 합계는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M&A에 소극적인 업체들은 자리잡은 사업 영역이 확실한 곳들”이라며 “적극적으로 새로운 일을 벌이는 모험을 할 동기가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특정 분야에서 확실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투자에 적극 나설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렇다 할 대형 히트작도 없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형 히트 상품을 만들려면 개발비 외에 마케팅비 등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데 실패하면 이를 감당하기 힘들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뉴 플레이어 등장에 무방비

전통 강자들은 머뭇거리고 있지만 식품업계는 요동치고 있다. 그 변화의 주도권은 신생 업체로 넘어갔다. 이들은 과거에는 없던 제품과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15년 등장한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했다. 새벽배송은 오후 11시에 주문해도 다음날 오전 7시 전에 상품이 도착하는 식품 배송 서비스다. 마켓컬리 매출은 2015년 29억원에서 지난해 1800억원으로 뛰었다. 이 시장에는 쿠팡 등도 뛰어들었다. 프레시지도 밀키트라는 새로운 시장의 강자가 됐다. 올해 예상 매출은 1200억원으로, 국내 밀키트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밀키트는 CJ제일제당을 비롯해 이마트, 현대백화점, GS리테일 등 굵직한 식품·유통기업들이 후발주자로 뛰어든 분야다. 약 3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편의점 자체상품(PB) 먹거리도 기존 식품업체들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적인 식품업체들이 신사업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식품 시장은 충분히 성숙한 데 이어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식음료 담당 연구원은 “식품업체들도 M&A에 관심이 많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불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탄이 부족하거나, 과감히 베팅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거나, 실제 매물로 나온 회사의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