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가기 위해 공정경쟁 먼저 돼야

출퇴근 또는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 이동하는 방법을 구분하자면 운전을 누가 하느냐와 누구 소유의 이동 수단을 이용할 것인가로 구분된다. 여기서 기준은 운전 여부와 이동 수단의 소유 여부다. 이를 기준할 때 가장 많은 이동 방법은 자신이 소유한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는 방식이며 흔히 '자가운전'이라 부른다.

그리고 개인 소유를 의미하는 '자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소유한 자동차를 내가 직접 운전하는 것의 대표적인 방식이 '렌탈'이다. 그리고 렌탈은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를 빌려올 수도 있고, 아예 규모를 갖춰 전문적으로 빌려주는 사업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개인 소유의 자동차를 돈 받고 빌려주는 것은 불법이다.

이와 달리 내가 소유한 자동차라도 직접 운전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고용해 운전을 맡길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운전을 직업으로 삼는 운전기사 또는 대리기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한 내가 소유하지 않고도 남에게 운전을 시켜 이용할 수 있는 수단도 존재한다. 길에서 흔히 보는 '택시'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렌탈기업이 소유한 자동차라도 잠시 빌릴 때 누군가 운전을 시킬 수 있는 '기사 알선 승합 렌탈'까지 등장했다.
[하이빔]'남이 하면 택시, 내가 하면 셰어링'

이런 구분법을 적용하면 택시사업과 기사가 알선되는 렌탈사업은 본질적으로 용어만 다를 뿐 사업 방식은 동일하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택시는 그냥 택시이고, 기사가 알선되는 렌탈은 마치 공유경제의 대표 사업으로 인식되는 게 갈등의 시작이다. 둘 모두 기사와 자동차를 이동이 필요한 사람에게 비용을 받고 잠시 빌려주는 것이지만 소비자에게 기사까지 포함된 렌탈은 4차 산업의 커다란 분야로 인식되는 승차공유로 여겨진다는 뜻이다.

4차 산업의 대표격으로 승차공유를 언급하는 전문가들이 정의하는 '공유'는 소유와 점유의 분리라고 한다. 이 관점으로 보자면 법인택시 사업자가 기사를 고용해 누군가를 유상으로 이동시켜주는 것과 렌탈 사업자가 기사를 알선해 유상으로 이동시켜주는 것은 모두 소유와 점유의 분리가 아닐 수 없다. 이동 중에는 소비자와 기사가 이동 수단을 점유하지만 이동 수단의 소유권은 언제나 택시사업자와 렌탈사업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실제 택시와 렌탈의 시작이 같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운전을 누가 하느냐로 구분됐을 뿐 빌려 이용하는 것은 다르지 않아서다. 그러나 서로 영역 침범이 심하면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으로 사업자를 구분했을 뿐이다. 그리고 둘은 모두 자동차 보유율이 낮았을 때 가파른 성장을 일궈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증가하며 자가용 보급이 늘어나자 택시와 렌탈을 찾는 사람도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택시와 렌탈의 역할이 자가용으로 옮겨갔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택시와 렌탈의 경계를 허물지 않았다. 특히 택시는 공공복리 증진의 목적을 이유로 다양한 규제를 적용한 반면 렌탈은 개인이 운전한다는 점에서 별 다른 규제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하이빔]'남이 하면 택시, 내가 하면 셰어링'

하지만 자동차 보급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고 버스, 지하철, 고속철도 등의 대중교통망이 확충되면서 택시와 렌탈의 수요는 흔들렸다. 게다가 도로 증가율이 자동차 보급율을 따라가지 못해 늘 정체됐고, 출퇴근 시간을 중심으로 이동에 낭비하는 시간 또한 늘어나자 버스와 지하철 등을 선호하는 사람이 증가했다. 정부도 여러 명이 타는 이동 수단의 공공성을 앞세워 버스중앙차선 등을 도입해 승용차 이용을 억제시켰다.

그럼에도 자동차 보급은 끊이지 않았다. 자동차가 늘어야 제조업 근로자 일자리가 지켜지고 정부도 세수 확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중교통은 그물망처럼 확장시켰다.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식된 '이동권 보장' 차원이다. 그러자 택시와 렌탈의 수요는 더욱 감소할 수밖에 없었고 정부는 개의치 않았다. 시장의 진입과 퇴출은 사업자들의 몫일 뿐 정부가 개입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탓이다.

결국 택시와 렌탈은 충돌했다. 렌탈이 기사를 알선하면서 24시간 운행에 들어가는 서비스를 도입한 탓이다. 그리고 해당 기업은 자신들에게 '셰어링(Sharing)' 또는 '승차공유'라는 단어를 붙였고 소비자들은 이용이 편하다는 점에서 열광했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사업 형태 자체가 택시와 같다는 점에서 본질은 그냥 유사 택시 렌탈일 뿐이다.

그래도 소비자들이 선호한 이유는 중형세단이 아닌 미니밴이라는 이동 수단의 대형화와 생각보다 저렴한 요금 덕분이다. 그리고 이동할 때 운전기사가 말을 걸지 않거나 조용한 음악을 틀어주는 등 일종의 이동하는 과정에서 서비스가 호평의 기반일 뿐 4차 산업의 총아로 주목받는 '승차공유'와는 사실상 무관하다.
[하이빔]'남이 하면 택시, 내가 하면 셰어링'

그러자 택시도 기사 알선 렌탈의 외부 자극을 계기로 '서비스 혁신'에 나서는 중이다. 하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미니밴을 투입하고, 요금도 렌탈과 비슷하게 받겠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하지만 '택시'라는 표시도 해야 하고 결제 또한 앱 방식 외에 여전히 미터기를 달아야 한다. 게다가 요금도 택시 스스로 결정이 불가능한 구조다. 그러니 정부가 외치는 공유경제를 가려면 택시와 렌탈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만들어주는 '공정경제'가 우선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가장 먼저 잡아야 하는 곳이 '모빌리티' 산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