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에 미래 5년 수익 반영 가능…스팩 합병 추진하는 강소기업 늘 것"
“스팩 합병을 추진하는 강소기업이 늘어날 겁니다.”

유형권 한화투자증권 ECM센터장(사진)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팩 합병은 기업가치에 미래 수익을 반영하고 싶을 때 유리한 상장 방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스팩(SPAC·인수목적회사)은 비상장 기업과의 합병을 유일한 목적으로 상장하는 회사다.

유 센터장은 “스팩 합병을 추진하는 회사는 미래 5년간 추정 수익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며 “어두운 경기 전망 탓에 기업공개(IPO) 시장의 공모가격 평가가 인색해질수록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들이 스팩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스팩을 둘러싼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도 이런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일반 청약 신청을 받은 NH스팩14호, DB금융스팩7호, 유진스팩4호 등은 50 대 1을 웃도는 경쟁률을 나타냈다. 1년 전 스팩 대부분이 일반배정 물량을 채우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스팩 합병을 추진하는 기업은 합병 결정과 동시에 조달금액(공모금액)을 확정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직상장은 수요예측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요예측 결과는 증시 환경에 민감하다. 증시가 불안할 경우 자금조달 금액이 기대에 못 미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유 센터장은 2016년 디알텍과 한화에이스스팩1호의 합병, 미 의류업체 엠에프엠코리아의 코넥스시장 입성을 주관하는 등 주식 관련 자금조달 업무를 총괄해왔다. 엑스레이 촬영용 핵심장치를 생산하는 디알텍은 상장 후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조달하면서 재무안정성까지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유 센터장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거나 당장 이익을 많이 내지 못하는 강소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스팩 합병 상장과 뒤이은 주식연계사채(ELB) 발행 등이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에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