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토종 스포츠 브랜드
중국서 1000억대 매출 올려
고급화·현지화가 성공 비결
중국에서 '라피도는 살아있다'

‘라피도는 살아 있다.’

토종 스포츠 브랜드 ‘라피도(RAPIDO)’의 옛 광고 카피다. 라피도는 국내에선 사업을 접었지만 중국에선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경쟁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중국에서 연평균 30% 이상 매출이 늘며 지난해엔 1000억원대의 ‘메가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라피도가 중국에서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20년 전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해 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로 이미지를 굳히고 중국인이 선호하는 소재, 색상, 모델 등을 적용해 오랜 기간 현지화한 결과다.

라피도는 1988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선보인 토종 브랜드다. ‘빠른’이란 뜻의 스페인어로 브랜드명을 정했다. 스피드를 추구하는 스포츠 전문 브랜드를 표방했다. 브랜드 출시와 함께 1988년부터 1997년까지 축구 국가대표팀을 공식 후원했다.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부산 동아시아게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 여러 스포츠 대회를 후원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 글로벌 브랜드의 인기가 커지면서 라피도는 다른 국산 브랜드처럼 위기를 맞았다. 고민 끝에 2004년 국내 사업을 접었다. 그 뒤로는 중국에 집중했다. 1998년에 진출한 중국 시장에 승부를 걸었다.

중국에서의 성공 요인은 고급화와 현지화다. 진출 당시 국내 판매 제품보다 비싼 소재를 쓰고 가격도 높게 책정했다. 중국 인구 중 상위 5%에 해당하는 100만 가구를 잠재 소비자로 설정했다. 운동복 한 벌을 사도 고급 제품을 구입하려는 수요에 주목했다. 구매력이 급격히 커지던 중국에서 이런 전략은 적중했다.

소재, 색상, 디자인 등은 철저하게 현지화했다. 중국 내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라피도는 2004년부터 유통망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동시에 다른 캐주얼 의류와도 함께 입을 수 있는 고급스러운 스포츠 의류를 중국 시장에 선보였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과 차별화하기 위해 일상복 같은 디자인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웠다. 그러자 20~40대 여성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경량 바람막이 ‘프리 라이트 재킷’은 야외활동을 할 때, 여행 갈 때, 운동할 때 다 입을 수 있는 멀티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었다.

매장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촘촘하고 신중하게 늘렸다. 중국 전역을 14개 지역으로 나눈 뒤 전체를 관리하는 대구역장, 지역별 구역장 등을 통해 관리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에 총 25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현지에서 인기있는 배우 송지효 씨(사진) 등 한류 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도 상당한 효과를 봤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라피도는 중국에서 패셔너블한 최고급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잡았다”며 “미래 성장동력이 될 만한 신상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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