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원유의 70% 정도를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여오는데, 거기가 봉쇄되면 큰일납니다. 할 수 있는 게 없어 상황만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국내 수입 원유의 70% 통과…봉쇄 땐 대책 없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정유회사와 한화토탈 롯데케미칼 등 주요 석유화학회사는 13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만에서 일본 유조선이 피격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4일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이라크 이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이 아라비아해를 통해 원유를 수출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좁은 바다다. 지난해 한국이 이들 국가로부터 도입한 원유는 전체 수입원유의 73.5%에 달했다. 지난달부터 수입이 금지된 이란산 원유(5.2%)를 빼더라도 그 비중은 68.3%에 이른다.

한 대형 정유회사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번에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전사 차원에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회사가 손을 쓰기 힘든 대외 변수여서 긴장만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정유회사 관계자는 “이들 지역을 대신해 미국으로부터 수입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변수로 국제 유가가 들썩이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유가가 오르면 제품 가격이 올라가지만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수요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정제마진을 줄여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국내 정유회사에는 손을 쓸 수 없는 골치 아픈 변수만 생긴 셈이다.

중동산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를 수입해 자동차 내장재, 옷, 신발 등의 원재료를 생산하는 국내 석유화학회사도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회사들은 이란 제재 부활 전까지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주로 수입했다. 한화토탈 현대케미칼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SK인천석유화학 등 국내 5개 석유화학회사는 지난해 570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들여왔다. 이 원유의 대부분이 콘덴세이트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정부의 이란 제재가 부활하자 국내 석유화학회사는 이란산 대신 카타르 등으로 수입처를 변경했다. 하지만 카타르 원유도 반드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야 한국에 들여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국내 석유화학회사는 중동 외에 러시아 호주 등으로 콘덴세이트 수입처를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