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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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의 방향타가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넘어왔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지난달 이후 외국인은 손을 털고 있지만 기관은 사들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는 외국인의 수급이 유의미하게 변하기 전까지는 기관 수급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관은 반도체 자동차 IT가전 건설 등에 수급을 늘리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지난달 9일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2조7126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손을 털고 있는 것은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경기 우려가 신흥국으로의 자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또 한국 기업 이익 둔화 등 국내 기초체력(펀더멘탈)에 대한 부담도 확대됐다.

이예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자금이 증시로 되돌아오기 위해서는 한국 펀더멘탈 저점 도달에 대한 확신과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진 미국 달러를 빌려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환경이 뒷받침 돼야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수급이 유의미하게 변하기 전까지는 기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기관은 외국인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같은 기간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996억원을 사들였다.

구체적으로 해당 기간에 연기금 등이 1조5815억원으로 매수에 힘을 보탰지만 금융투자는 같은 기간 1조4714억원 매도하면서 전체 기관의 순매수를 끌어내렸다.

금융투자는 외국인 수급 방향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나머지 기관의 수급 방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기관 전체에서 금융투자를 제외한 수급 주체의 업종별 자금흐름 중 5월 대비 6월 순매수가 증가한 업종은 반도체 자동차 IT가전이다. 5월 순매도에서 6월 순매수로 전환한 업종에는 건강관리 건설 유틸리티 등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 본격화 이후 기관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 한 종목에는 SK하이닉스가 올랐다. 총 2712억원을 사들였다. 이어 카카오(1315억원) 신한지주(933억원) 삼성전자(927억원) 한화케미칼(796억원) 현대모비스(778억원) 등이 뒤따랐다.

이예신 연구원은 "기관 수급이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는 현재 단기적으로 기관 수급에 따른 상승 동력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이 지금은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수급 변화에 따라 시장 대응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 6월 업종별 기관 수급(금융투자제외)=신한금융투자 제공
5, 6월 업종별 기관 수급(금융투자제외)=신한금융투자 제공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