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기 부담 없는 V8 트윈터보 탑재, 개폐식 하드탑은 덤

페라리의 미드십 스포츠카는 세대를 불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차로 꼽혀왔다. 308 GTS, 288 GTO, 512, 355 등 많은 차들이 그랬다. 군더더기 없는 몸매, 온로드를 장악하는 주행 성능, 채찍질을 부추기는 엔진음은 운전자의 여러 감각과 호르몬을 활성화하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지금의 488 역시 미드십 페라리의 계보를 잇는 제품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비록 자연흡기 엔진에서 터보차저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고혹적이다. 488 가운데 지붕이 열리는 스파이더 버전을 인제스피디움에서 만나봤다.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디자인&상품성
많은 고급 브랜드가 그렇듯 페라리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한 디자인을 여러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488 스파이더 역시 전통적인 V8 미드십 스포츠카의 스타일에 공력성능을 강조한 외관을 지녔다. 전면부는 흡기구를 통과한 다량의 공기가 차체를 누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매서운 인상의 헤드램프는 길게 뻗어있는 형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의외로 단순한 구성이다. 범퍼 중앙엔 F1 머신과 닮은 흡기구를 마련해 모터스포츠 연관성을 담았다.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측면은 컨버터블 치곤 꽤 날렵하다. 지붕을 닫은 실루엣만 본다면 완벽한 미드십 쿠페다. 리어 펜더를 깊게 파낸 흡기구는 1980년대를 장식한 308에서 영감을 얻었다. 과거 360, 430, 458에 이어 488에 이르기까지 세대교체를 거듭할수록 과감하게 진화했다. 물론 두 개의 터보차저를 원활히 냉각시키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실내에서 사이드미러를 통해 보이는 흡기구와 그 주변 형태도 독특하다. 허리를 숙이는 겸손한 자세를 취해야 손에 쥘 수 있는 도어 핸들은 물고기 지느러미를 떠올린다.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후면부는 페라리 전통에 따라 테일램프와 머플러를 원형으로 만들었다. 범퍼 아래엔 공기 흐름을 가다듬는 디퓨저를 장착했다. 이밖에 엔진룸의 열 배출을 위한 여러 요소와 F1 머신의 제동등을 형상화한 안개등으로 고성능을 강조했다.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실내는 가죽과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등으로 꾸며 고급스러움과 역동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대시보드를 뚫고 나온 형태의 계기판과 송풍구는 재미를 높이는 부분이다. 계기판은 고성능답게 속도보다 엔진회전수를 강조했다. 주행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 내비게이션, 미디어 등의 여러 설정 화면을 큼지막하게 표시한다. 동승자 역시 대시보드에 마련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의 속도와 중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카본 파이버로 둘러싸인 센터 터널엔 후진, 자동변속, 파워스타트와 비상등, 파워윈도우, 뒷 유리 및 지붕 개폐 버튼을 마련했다. 견고한 전동식 하드탑은 저속에서 14초만에 여닫을 수 있다.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져 소프트톱보다 무게, 부피가 적다. 이밖에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의 커넥티드 기능도 쓸 수 있다.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성능
동력계는 V8 3.9ℓ 엔진에 트윈 터보차저를 더해 최고 670마력, 최대 77.5㎏·m의 성능을 낼 수 있다. 가변형 토크 매니지먼트를 통해 터보랙을 없애고 자연흡기 엔진의 특성을 모사한 것이 특징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과급기 특유의 사운드가 귓가에 맴돈다. 엔진이 좌석 바로 뒤에 있는 구조 역시 가속을 부추긴다. 변속기는 7단 더블 클러치를 맞물렸다. 고속도로 제한속도에 이르기도 전에 7단까지 변속을 마치지만 패들 시프터를 활용해 엔진회전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 페라리에 따르면 0→100㎞/h 가속은 3.0초, 0→200㎞/h는 8.3초면 된다.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운전은 엔진의 모든 힘을 온전히 뒷바퀴에만 전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쉽다. 지면에 밀착한 차체는 서킷의 여러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갈 때도 밖으로 밀리거나 안쪽으로 파고들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버킷 시트 없이는 못 견딜 횡중력이 가해져도 칼날같이 예리한 핸들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미드십 구조 특유의 이상적인 무게 배분과 다양한 섀시 보조 시스템의 조화도 온몸으로 와 닿는다. 여기엔 피렐리 P제로 타이어의 진득함도 한 몫 한다.

주행 성능을 뒷받침하는 제동력도 든든하다. 휠 내부를 가득 채운 카본 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는 내려꽂을 듯한 인제의 메인 직선 주로에서 240㎞/h까지 속도를 올려도 이내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여냈다.

[시승]미드십 컨버터블의 정수, 페라리 488 스파이더


▲총평
488 스파이더는 지금의 페라리 브랜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스포츠카다. 월등한 성능을 소비자가 잘 제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스템을 더했고 편의성을 높여 운행 부담을 줄였다. 혹자는 이 점을 두고 페라리가 브랜드, 또는 스포츠카의 순수성을 잃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과 타협하며 진화한 것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모두가 자율주행에 주력할 때 페라리는 운전자가 고성능을 보다 안전하게 다스리게 하는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었을 뿐이다.

가격은 3억8,300만원부터.

인제=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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