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까지 국가 가계부의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로 늘어났다. 나랏돈 씀씀이는 커졌는데 세금 수입은 예년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1~4월 통합재정수지…25조9000억 적자 '사상 최대'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4월 재정동향’을 보면 올 1~4월 누적 통합재정수지는 25조9000억원 적자였다. 이 기간 정부가 쓴 돈이 들어온 돈보다 26조원 많았다는 뜻이다. 적자폭은 1~4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가장 컸다. 작년 1~4월은 2400억원 흑자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도 38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역시 1~4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올초 나라 가계부 적자가 커진 것은 재정 조기집행 영향이 컸다. 올 4월까지 총지출은 196조7000억원인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조원 많은 수준이다. 기재부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올해 예정된 예산 사업을 빨리 집행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올해 총지출 예산은 정해져 있고, 이 안에서 당겨 쓴 돈이 많다는 뜻이어서 하반기로 갈수록 재정수지는 나아질 것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세금 수입이 쪼그라든 영향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올 1~4월 국세 수입은 109조4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000억원 줄었다. 2015년 이후 매년 20조~30조원씩 증가하던 세수 호황 흐름이 한풀 꺾인 것이다. 세금 규모가 가장 큰 소득세와 법인세 증가세가 정체된 데다 유류세 인하 등이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올 하반기에도 세수 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선 가계소득 여건이 안 좋다. 올 1분기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작년 1분기(3.7%)보다 증가폭이 2%포인트 넘게 줄었다. 특히 세금을 많이 내는 상위 20% 고소득자의 소득은 2.2% 감소했다. 여기에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양도소득세 수입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올 1분기 상장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크게 줄어 법인세 수입도 비상이 걸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런 추세면 올해 연간 세수가 전년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