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새벽 회의' 없앤 농협금융
농협금융그룹의 업무 시계가 오전 9시 이후로 확 바뀌었다. 농협금융은 최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임원급이 참석하는 회의 시간대를 오전 9시 이후로 일제히 조정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전 7시30분, 오전 8시 등 이른 아침부터 하던 회의 시간을 최대 1시간30분가량 늦춘 것이다.

11일 농협금융에 따르면 올 들어 은행·생명·손해보험 등 8개 계열사 모두 오전 9시 이전에는 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 “회의는 되도록 업무시간 내에 해결하라”는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사진)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추세에 맞춰 더욱 효율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동안은 주요 임원이 이른 시간 회의에 참석하면 비서 등 관련 업무 직원도 덩달아 일찍 나와야 했다. 비효율적인 관행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7월부터 금융권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쌓였다.

매주 금요일 오전 8시에 열리던 농협은행 경영위원회는 오전 9시로 변경됐다. 이 회의엔 농협은행 부행장 이상을 비롯한 주요 부서장이 참석한다. 농협생명도 내부의 모든 회의를 오전 9시 이후로 조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농협손해보험은 격주에 한 번씩 오전 8시30분에 진행하던 회의를 30분 뒤인 오전 9시로 바꿨다. 보수적 분위기인 농협금융의 이 같은 변화가 이례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얘기다.

농협금융 주요 CEO가 참석하던 농협중앙회 경영위원회의 시간이 늦춰진 것도 농협금융에서 시작된 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매월 첫째, 셋째주 월요일 오전 7시30분에 열리던 회의 시간이 오전 9시로 조정됐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꼭두새벽부터 나와 회의를 하거나 일을 해야만 열심히 한다고 보던 시선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회의 시간 조정을 두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갈수록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