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프랑스 르노그룹과 일본 닛산자동차가 경영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르노가 닛산차의 경영체계 개편안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10일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르노는 닛산차가 오는 25일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개편과 관련한 위원회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한 정관 개정안을 상정한 것과 관련해 투표에 기권하겠다는 의향을 담은 서신을 닛산차에 보냈다.

닛산차는 임원 인사 등을 결정하는 위원회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정관을 바꿔 르노의 경영 간섭에서 벗어나는 쪽으로 경영 체계를 개편하려했지만, 르노가 기권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정관 개정을 하지 못하게 됐다. 정관 개정에는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르노는 닛산차 주식의 43.4%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지분의 15.01%를 가진 르노는 보유한 닛산차의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최고운영책임자(COO) 이상 닛산의 경영진을 선임할 권한을 갖고 있다. 닛산차 역시 르노 주식의 15%를 보유하고 있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소유구조 속에서 르노가 사실상 닛산차의 경영을 통제하고 있어 닛산차는 회장 1인 집중의 기존 경영 체제를 집단 경영체제로 변경해 르노의 입김을 줄이려 하고 있다. 반면 르노는 닛산차를 사실상 흡수 통합하려고 하고 있다. 르노는 지난달 닛산차에 경영 통합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차 회장에 대한 일본 검찰의 수사에는 이런 르노의 통합 시도에 대한 닛산차의 반발이 배경에 있다.

르노 측이 정관 개정안 투표에서 기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닛산차의 일본인 경영진인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사장은 "르노의 의향은 경영체계 강화의 움직임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진정 유감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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