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감각으로 돌아온 4세대 신형 X5
-운전 재미와 역동적인 주행 감성은 여전해


BMW에게 있어 X5는 언제나 믿고 맡기는 차였다. 1999년 처음 출시 후 지금까지 세계에서 220만대 이상 팔린 높은 인기만 봐도 알 수 있다. SUV가 대세 세그먼트로 자리 잡으면서 X5는 선두주자 역할을 톡톡히 했고 회사의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다양한 형태의 경쟁차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 소비자는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BMW는 침착하게 맞섰다. 급하게 신차를 내놓기보다는 트렌드를 살펴본 뒤 최적의 구성과 최신 기술을 넣어 차를 만들었다. 또 먼저 대형 SUV를 만들어온 노하우를 가지고 완성도 높여 차를 매만졌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말 4세대 신형 X5가 세상에 나왔다. 5년 만에 완전변경으로 돌아온 신형 X5는 BMW의 자신과 당당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스타일&상품성
4세대 X5는 크기가 부쩍 커졌다. 길이 4,922㎜, 너비와 높이가 각각 2,004㎜, 1,745㎜로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36㎜ 길어졌고 66㎜ 넓어졌으며 17㎜ 낮아졌다. 한 층 커진 덩치에 걸맞게 차를 꾸미는 요소들의 변화도 상당하다. 세로로 길게 내려온 키드니 그릴과 앞트임 디자인을 벗어난 레이저 헤드램프, 유광 블랙과 알루미늄 소재를 적절히 섞어 입체감을 표현한 앞범퍼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옆은 안정적인 자세가 인상적이다. 커다란 유리창과 위아래 두 줄로 나뉜 캐릭터 라인, 얇은 사이드 스커트의 조화가 황금 비율을 만들었고 펜더에 붙은 M 뱃지와 에어브리더(실제로는 막혀있다), 은색 사이드미러를 추가해 포인트를 줬다. 뒤는 정통적인 형상에서 벗어나 가로로 길게 자리잡은 테일램프가 특징이다. 반대로 주름을 넣은 트렁크와 두툼한 뒷범퍼, 커다란 사각 배기구는 예전부터 이어진 X5의 디자인 흐름을 그대로 따랐다.

완전변경 신차답게 실내는 큰 폭의 변화를 거쳤다. 광활한 대시보드는 여전하지만 센터페시아는 수평 구조에서 운전자 중심으로 살짝 방향을 틀었고 새로운 버튼 레이아웃을 적용했다. 센터 터널에는 잘 짜 맞춘 가구를 보는 것처럼 깔끔하게 마감한 나무와 각종 버튼이 눈에 띈다. 크리스탈 소재를 사용한 변속 레버와 조그셔틀은 차의 품격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12.3인치 전자식 계기판은 세련된 모습이지만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주행 정보등이 겹쳐 표시돼 시인성은 다소 떨어진다. 숫자의 강약 조절이 약해 보기 어렵다는 의견과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으로 보는 즐거움을 준다는 반응으로 호불호가 나뉠듯하다.

반대로 시원스러운 크기의 센터페시아 모니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무르익은 모습이다. 구성은 깔끔해졌고 반응도 빠르다. 제스처 컨트롤은 다양한 손동작을 추가했으며 인식률도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터치 기능 추가로 보다 손쉽게 내비게이션을 조작할 수 있다.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42㎜ 늘어난 휠베이스(2,975㎜)와 차의 세그먼트를 고려하면 2열 공간은 큰 불만이 없다. 실내 온도를 개별 좌석에 맞춰 조정할 수 있고 전용 모니터도 추가 가능하다. 트렁크는 기본 645ℓ, 2열을 40:20:40 비율로 접으면 최대 1,860ℓ까지 늘어난다. 골프백 4개를 가로로 넣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2단으로 분리된 트렁크는 전동으로 개별 조절이 가능하며 짐을 쉽게 넣기 위해 리어서스펜션 높낮이를 40㎜까지 낮출 수 있다.

▲성능
시승차는 X5 중에서도 고성능 트림인 M50d다. V6 3.0ℓ 디젤 엔진에 터보차저를 4개나 붙여 최고 400마력, 최대 77.5㎏.m를 뿜어낸다. 높은 숫자와는 다르게 초기 발진 가속은 차분한 편이다. 컴포트 모드에 놓고 일상 주행을 이어나가면 지루해서 하품이 나올 정도다. 뛰어난 정숙성과 묵직한 감각이 더해져 쇼퍼드리븐카를 모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진짜 성격은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돌리면 바로 확인 가능하다. 엔진회전수가 400rpm 이상 올라가면서 차는 태도를 바꾼다. 풍부한 성능으로 고속은 물론 추월 가속 시에도 답답함이 없다. 쉽게 속도를 올리고 운전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계기판 속 숫자를 확인하고 난 뒤에야 브레이크 페달을 밟게 된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는 스로틀 반응이 더욱 예민해진다. 특히, 코너를 통과할 때 차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속도와 앞바퀴의 방향에 맞춰 뒷바퀴 각도를 조정하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은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코너 탈출을 도와준다. 덕분에 앞머리를 코너 안쪽으로 깊숙이 넣을 수 있고 과감하게 가속페달을 밟아 통과할 수 있다.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 정확하게 몸을 트는 현상이 신기하고 2.2t에 달하는 거구를 손쉽게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육중한 차체를 땅에 짓누르는 바퀴도 역동적인 운전을 도와주는 숨은 공신이다. 앞 275㎜, 뒤 315㎜의 피렐리 P제로 타이어와 22인치 휠의 조합으로 충분한 접지력을 제공한다.

이 외에 M 스포츠 디퍼렌셜과 에어서스펜션은 크고 높은 차를 반듯하게 잡아준다. 또 노면을 적절히 읽으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개성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무난하게 엔진과 합을 맞추며 최적의 힘을 배분한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소리다. 메르세데스-AMG나 재규어 SVR과 같은 경쟁차와 비교하면 소리가 밋밋하다. 엔진음은 거의 들리지 않고 천둥이 치거나 팝콘 튀기는 배기음도 귓가에 희미하게 들린다. 과시하며 요란하게 달리는 차와는 거리가 멀어 부담이 덜하지만 M50d만의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소리를 조금 키워도 좋을뻔했다.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총평
BMW X5는 신형이 갖춰야 할 모습을 이상적으로 보여주는 차다. 과감하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은 디자인과 대형 SUV가 보여줘야 할 존재감, 세그먼트를 불문하고 한결같은 운전의 즐거움은 신형 X5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크기 키우고 편의 및 안전 장비를 가득 넣었다고 해서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딱 한가지 소리만 빼면 크게 흠잡을 부분이 없다.

큰형의 자리를 X7한테 넘겨줬지만 여전히 X5는 든든한 맏형 역할을 손색없이 해낸다. 경쟁자들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신형 X5가 어떤 역할을 보여줄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X5 M50d 퍼스트에디션의 가격은 1억3,890만원이다.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시승]든든한 기둥, BMW X5 M50d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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