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돈 쓰는 지방교부세

교부세 늘자 사업성 없어도 '펑펑'
지난 3월 19일 전라남도 함평군의회 회의장. 김영인 군의원이 함평군이 올린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듯 쏘아붙였다.

“사이클 로드 개설사업이 지금 꼭 필요한 사업입니까?”(김 의원)

“그렇습니다.”(군 관계자)

“함평군 사이클 동호회 회원이 몇 명입니까?”(김 의원)

“30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군 관계자)

“30명을 위해 군비 7억원을 들이는 건 형평에 안 맞는 것 같습니다.”(김 의원)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단절된 6개 구간을 잇는 겁니다. 보행자도 산책로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군 관계자)

논란 끝에 사이클로드 개설사업 안건은 통과됐다. 이런 풍경은 함평군의회에서만 펼쳐진 것이 아니었다. 4월 경기 광명시에선 광명동굴 주변 개발사업을 놓고 “꼭 필요하다”는 시와 “시급하지 않은 사안”이란 시의회 의원들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올봄 각 지방자치단체 추경사업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안건’이 대거 올라온 건 그만큼 돈이 풍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힌 덕분에 정부는 올초 각 지자체에 8조4000억원 안팎의 교부세 및 지방소비세를 추가로 뿌렸고, 지자체는 여기에 자체 자금을 더해 올해 모두 27조원 안팎의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30명 동호인 위해 7억 사이클로드 닦는 함평군

문제는 지자체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급하게 추경을 편성하다 보니 불요불급한 사업에 목돈을 투입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광명시의회는 광명시가 제출한 광명동굴 개발사업비의 절반을 시급한 사안이 아니란 이유로 삭감했다. 같은 시기 4억5000만원을 들여 농어촌 민박집을 개설해주자는 전라남도의 계획도 의회에서 퇴짜를 맞았다. “이 돈을 들여 민박집 벽지를 바꾼다고 외지 손님이 찾겠느냐”는 비판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기획재정부와 지자체의 소통이 거의 없다 보니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재정 수요와 중앙정부의 재정 공급이 맞지 않은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지방교부세의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낙후 지역일수록 더 많은 교부세를 주는 구조인 탓에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일수록 적은 혜택을 받게 돼서다.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전남 곡성군의 주민 1인당 세출예산은 1158만원으로 목포시(282만원)보다 4배 이상 많다. 목포시 인구(23만 명)가 곡성군(3만 명)의 7배 이상 많지만, 면적은 곡성군(547.46㎢)이 목포시(50.65㎢)보다 10배 이상 크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세입 확충 노력을 이끌 유인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재정자립도가 낮을수록 지방교부세를 많이 받는 구조여서다. 광역시·도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전라남도(25.7%)는 지난해 지방세 등 자체수입(3조519억원)보다 2배 가까이 많은 5조8176억원을 교부세로 받았다.

추가영/성수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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