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재정위기에 빠진 스페인은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와 함께 ‘피그스(PIIGS)’란 이름으로 불렸다. ‘돼지(pigs)’를 연상시키는 어감에서 드러나듯 나랏돈을 흥청망청 써서 주위 국가에 민폐를 끼친 나라라는 이미지가 박혀버렸다. 2014년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일반정부 부채(중앙·지방정부와 비영리공공기관 부채, D2) 기준 118.4%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대로는 나라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고 판단한 스페인은 그해 채무비율을 60% 이하로 줄여가겠다는 목표를 헌법에 명시했다. 이런 비장한 각오 덕분에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113.1%까지 떨어졌다.

독일도 2014년 83.9%이던 국가채무비율을 올해 66.5%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육아수당·양육보조금 등 혜택을 축소하고 실업급여를 의무지출(법에 명시된 지출)에서 재량지출로 바꾸는 등 노력한 덕분이다. 복지 강국인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도 강도 높은 사회복지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선진국의 나랏빚 줄이기 노력은 올해에도 계속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 통계에 따르면 32개 회원국 중 23개국은 국가채무비율이 전년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채무비율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재정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한국과 대비된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OECD의 국가채무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파르게 높아지다가 2015년께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재정 긴축 기조가 강화돼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복지와 공공행정 분야에서 지출 구조조정이 많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국가채무비율이 50% 미만으로 양호한 나라도 11개국 중 7개국의 채무비율이 더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는 42.1%에서 40.0%, 스웨덴은 48.4%에서 46.1%로 2%포인트 넘게 줄인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