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 활성화를 돕는 약(藥)인가. 지하경제를 양산하는 독(毒)인가.’

백화점 상품권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다. 시장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하는 상품권은 유통업체와 상품 공급자에게는 불경기 속에서도 고정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촉매제로 평가받는다. 반면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인해 음성적인 비자금을 마련하는 통로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상품권은 국세청에 인지세만 내면 사업자 누구나 한도 없이 발행할 수 있다. 30년간 존속했던 상품권법이 1999년 2월 폐지된 뒤 이렇다 할 입법이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품권법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약하고, 행정력 한계로 정부의 실효적 규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폐지된 뒤 다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상품권 제작·유통을 직접 다루는 법이 없다보니 간접법으로 여러 부처가 간여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금융위원회), 인지세법(기획재정부), 소비자 기본법·상품권 표준약관(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상품권 발행과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권 깡’은 백화점 상품권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임직원 선물용’이라는 명목으로 법인카드로 대량 구매한 백화점 상품권을 사설 환전소에서 5~6% 할인된 가격에 팔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이 현금을 로비나 비자금 마련 등에 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상품권 발행권자가 갑작스럽게 도산해 상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소비자 피해, 사용기한 내 쓰지 않아 고스란히 발행자(유통사)의 수익으로 남는 ‘낙전수입’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막겠다는 취지의 법안이 20대 국회에만 세 건 발의돼 있다. 이학영·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모두 상품권 이용자의 피해보상과 상품권 발행자 자격기준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채 의원 법안은 연간 300만원어치 이상 상품권을 구매하는 개인, 혹은 법인명의 구매자는 인적사항 기록을 의무화하는 등 ‘거래 투명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