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왼쪽부터)·박윤재·김원기·백다미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프로가 2019년형 ‘더 프레임’ TV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박소정(왼쪽부터)·박윤재·김원기·백다미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프로가 2019년형 ‘더 프레임’ TV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엔 TV 같지 않은 TV가 있다. TV 겉모습이 이젤에 그림을 올려놓은 것 같거나(더 세리프), 미술관 액자와 꼭 닮았다(더 프레임). TV 보기보다 집안 꾸미기에 관심 많은 사람이 주로 산다고 한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이런 제품을 ‘라이프스타일 TV’라 부른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삼성전자 팝업스토어에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소속 ‘라이프스타일 TV 제품 매니저(LPM)’ 네 명(김원기·박소정·백다미·박윤재 프로)을 만났다. 이들은 라이프스타일 TV 마케팅, 영업 등을 담당한다. TV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삼성전자 홍보팀에선 이들을 ‘상당히 영(young)한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래서인지 TV에 대한 정의부터 조금 달랐다. 김원기 프로는 “저녁 9시 뉴스를 TV로 보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TV는 영상을 보는 것 이상으로 ‘+α’의 가치를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TV를 굳이 TV라고 부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김 프로는 “‘더 세리프’ ‘더 프레임’에 TV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TV= 고정관념 깼더니 휴대폰 닮은 세로 TV 나왔죠
LPM들이 생각하는 TV의 새로운 가치는 무엇일까.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에 답이 있다. TV 기능을 하면서도 개인의 삶에 녹아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더 세리프의 새로운 가치는 “공간을 인테리어하는 가구·소품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더 프레임은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액자에서 힌트를 얻어 탄생했다. 박소정 프로는 “TV가 꺼진 상태인 ‘블랙스크린’에 다른 것을 넣고 싶었다”며 “박물관,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듯 벽에 걸린 TV를 통해 유명 작품을 보면 ‘실내 인테리어의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더 프레임은 집이 상대적으로 넓고, 벽난로 위에 그림을 걸어놓는 문화가 있는 북미지역에서 ‘액자 대용’으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박소정 프로는 “출장 때 75형 제품을 출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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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더 세로’는 모바일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를 겨냥한 제품이다. 제품명에도 고민이 녹아 있다. 더 세로를 작명한 백다미 프로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형 디스플레이’에서 더 세로를 떠올렸다”며 “친숙하게 부를 수 있고 쉽게 인지되는 점도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가 189만원(출고가 기준)에 달하는 더 세로를 선뜻 구매할 수 있을까. 박윤재 프로는 “새내기 직장인들이 속해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은 결코 작지 않다”며 “모바일과 간편하게 연결해 더 좋은 화질과 사운드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장점에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TV의 범주에서 벗어난 제품을 기획하기 때문에 아이디어도 ‘새로운 방식’으로 얻는다. 인테리어 전문 잡지를 공부하거나 해외 미술·가구 전시회 등을 찾아 교류하는 식이다. 박소정 프로는 “가구나 미술 관련 마케팅을 잘하려면 그 분야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며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들도 이제 소비자에게 더 세리프를 권하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앞으로의 라이프스타일 TV 제품 방향은 ‘개인화 추세’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김 프로는 “개인화된 디바이스, 1인 가구 확대 등이 주요 화두”라며 “밀레니얼 세대보다 더 어린 세대의 삶에 어떻게 TV를 어필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