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세 개편에 맥주업계 "경쟁력 회복 계기될 것"
소주업계 "가격 인상 부담 덜었다"
"주세법 변경, 소비자에게 도움 돼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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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5일 맥주와 막걸리(탁주)에 한해 종량세를 우선 도입한다고 발표하면서 50년 묵은 주세법이 변화를 맞게 됐다. 일각에서는 맥주와 소주업계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서 당분간 가격 인상 명분을 내세우기 어렵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류 과세체계가 술의 종류와 관계없이 가격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에서 술의 양과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 세금 차별 시비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7일 맥주 업계는 대체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 맥주 업체 관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는 정부 취지에 공감한다"며 "국산 맥주의 경쟁력이 회복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종가세 체계에서는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하면 할수록 세금을 더 내야 해 차라리 수입하는 게 이익이 나는 구조였다"며 "종량세 도입으로 해외에 나갔던 생산 물량이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져 내수 활성화는 물론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동안 오비맥주는 주세 경감을 위해 전량 광주공장에서 생산하던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카스 740㎖ 등을 해외에서 생산해 역수입했다.

소주업계는 이번 종량세 개편에서 제외되면서 내심 안도하는 모양새다. 소주의 경우 종량세를 도입할 경우 세금이 대폭 올라가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 보듯 뻔해 소비자 반발이 예상됐었다.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주류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도 소주업계는 이러한 점을 강조하면서 종가세 방어에 앞장섰다.

이날 공청회에서 이종수 무학(10,600 0.00%) 사장은 "맥주에만 논의되던 종량세 전환이 전 주종으로 확대되면 50년간 지속되던 산업 구조가 한꺼번에 바뀔 수 있다"며 "소주에 대한 종량세 개편은 이에 대한 파급력이 조금 더 연구된 상태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소주 업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하지만 종량세, 종가세 등 전문 용어를 앞세운 정보들만 넘쳐나다 보니 정작 주류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는 것인지, 부담이 늘어나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지적이다.

인천 서구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전 모(46)씨는 "언론에서 종량세, 종가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잘 이해가 안 된다"며 "중요한 건 업체들만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요 주류의 가격 변화에 대해서는 일부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업계 반응은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이 중론이다.

먼저 종량세 도입으로 캔맥주는 도매가격에서 1ℓ에 부과되는 주세가 830원이 된다. 여기에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한 총 세부담은 현행 1758원에서 23.6% 줄어든 1342원이 된다. ℓ당 415원 가량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기는 셈이다.

이에 반해 생맥주는 세금이 현재 ℓ당 815원에서 1260원으로 소폭 오른다. 이를 고려해 기재부는 생맥주에 한해 2년간 한시적으로 주세 20%를 감세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맥주는 500㎖ 한잔 당 가격이 현재보다 100원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산 맥주는 지금보다 인하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일부 제품들 가격이 이미 인상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하가 된다고 해도 인상 전보다는 가격이 높을 수 있고, 출고가가 인하되면 가정용 소비자가는 당연히 인하되겠지만 유흥 채널의 맥주 가격은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관심이 주목됐던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마케팅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세 개편을 주도한 조세재정연구원은 공청회에서 "일부 저가 수입맥주는 세금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고가 수입 맥주의 세 부담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근거를 댔다.

종량세 도입을 적극 주장했던 수제맥주 업계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투자, 연구 개발 여력이 생겨 다양한 고품질의 수제맥주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종가세에서는 설비투자나 고급 재료 비용이 모두 세금에 연동돼 고품질 맥주를 개발하기 어려운 구조였지만 종량세로 전환되면 이러한 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제맥주 업체 관계자는 "품질 향상과 제품개발에 주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을 올려야 유지가 가능하다는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수제 맥주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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