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兆 지원 받고도 회생 '난망'
법정관리 풀어달라 법원에 요청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성동조선해양의 법정관리를 결정한 지난해 3월 8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 앞에서 성동조선 노조가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성동조선해양의 법정관리를 결정한 지난해 3월 8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 앞에서 성동조선 노조가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의 노동조합이 법원에 “채권단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이 노조 요청을 받아들이면 한국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성동조선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성동조선 노조 관계자는 6일 “매각에 실패하면 채권단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최근 법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법원도 고심 중이다. 성동조선을 파산시켰을 때 지역 여론과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성동조선 노조는 채권단으로 돌아갈 경우 추가 자금 지원을 요구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세 번째 인수합병(M&A) 공개입찰이 성사되는 것을 최선으로 보고 있다. 성동조선이 채권단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추가 자금 지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2010년 자율협약을 시작한 이후 4조2000억원가량을 투입했지만 성동조선은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동조선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 없이 추가 자금 지원만을 바라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독] 채권단에 또 손 벌리는 성동조선 노조

성동조선, 올 수주 실적 '0'…"자구 노력없이 자금 지원만 바란다"

성동조선해양은 업계에서 구조조정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정부와 정책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이 정치권과 지역여론 등의 눈치를 보다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기업은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동조선 노조가 법원에 채권단으로 돌아가겠다는 요청을 한 것도 이 같은 정부와 채권단의 약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노조의 주장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긴장하고 있다. 추가자금을 지원할 경우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서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성동조선이 비교적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는 만큼 3차 매각이 성사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0년간 4조원 투입

성동조선은 2010년 4월 유동성 부족으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생상품거래에 따른 손실과 선박계약 취소·수주 부진을 겪은 결과였다. 자율협약 뒤에도 성동조선의 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글로벌 조선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업황은 계속해서 나빠져서다. 성동조선의 수주실적은 2013년 43척에서 2017년 5척으로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는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그간 채권단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다섯 차례에 걸쳐 2조7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지원했다. 1조5000억원 규모의 출자 전환도 있었다. 신규 수주를 위해 끊어준 선수금환급보증(RG)도 5조4000억원 규모다. 자금 투입은 계속되는데 성동조선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그리고 경남은행 등 일부 은행은 채권단을 탈퇴하기도 했다. 이들 은행이 탈퇴한 빈자리는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들이 메웠다.

자의적으로 실사 결과 해석

채권단이 성동조선에 계속해서 자금을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회계법인들의 실사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채권단은 2010년 이후 성동조선에 대해 열 차례나 실사를 했다. 채권단은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왔을 때는 서둘러 다른 회계법인에 실사를 맡기는 방식으로 자금 지원의 근거를 마련했다.

예를 들어 2011년 8월 실사에서 성동조선의 청산가치는 1조4700억원으로 존속가치 2200억원보다 1조2000억원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사를 계기로 국민은행이 이탈하자 채권단은 다른 회계법인에 실사를 맡겼다. 결과는 4개월 만에 달라졌다. 성동조선의 존속가치가 1조9248억원으로 청산가치 1조3204억원을 웃돌았다. 성동조선을 살려두는 게 더 이득이라는 뜻이다. 채권단은 이 같은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2012년 5월 5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정책금융기관 사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무역보험공사는 2012년 8월과 2013년 11월 시행된 실사에서 조선해운 시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했다는 이유로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통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을 지원한 뒤에도 성동조선이 살아나지 못하면 은행 내 여신담당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올해 수주실적 ‘0’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해 3월에서야 성동조선의 법정관리행을 결정했다. 성동조선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데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경쟁력이 있는 업체에 자금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성동조선은 두 차례 매각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난해 10월 첫 인수합병(M&A) 공개입찰에서는 아무도 인수의향서(LOI)를 내지 않았다. 올해 2월 진행된 2차 공개입찰에서는 국내 투자자 등 세 곳이 들어왔지만 자금조달 능력을 입증하지 못해 매각이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3차 M&A도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동조선 노조가 법원에 채권단으로 돌려보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성동조선 노조는 충분한 자구노력 없이 자금 지원만 바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성동조선 노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임금 수준도 하청업체와 비슷할 만큼 낮다”며 “더 이상 임금을 깎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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