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면 파업 지침을 내렸지만 노조원의 절반가량이 불참하는 등 ‘노노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가 지난 2월 28일 부산시의회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공동 투쟁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면 파업 지침을 내렸지만 노조원의 절반가량이 불참하는 등 ‘노노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가 지난 2월 28일 부산시의회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공동 투쟁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업에 많이 참가한 노조원에게 돈을 더 많이 줘라.” “파업 때 미지급한 임금을 100% 보전하라.”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회사 측에 내건 요구다. 같은 노조원이라도 파업 참여도에 따라 ‘차등 대우’하고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어기라는 주장이다. 회사가 수용하기 힘든 주장일 뿐 아니라 ‘노노 갈등’을 부추기는 요구라는 지적이다. 회사 측이 거부하자 노조는 돌연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상당수 노조원이 등을 돌린 이유다. 노조 집행부가 전면 파업 지침을 내린 지난 5일 야간 근무 때는 노조원 절반가량이 생산라인을 지켰다. 공휴일인 6일에도 엔진공장 근로자 70여 명이 특근을 했다.
[단독] 르노삼성 존폐 위기인데…노조는 "파업 조합원에 보상금 더 줘라"
비노조원 차별대우 요구한 노조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가 이달 초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회사 측에 파업 참여 횟수에 따라 타결금을 차등 지급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타결금은 임단협이 타결된 뒤 회사 측이 근로자에게 주는 일종의 격려금이다. 노조 측이 파업에 자주 참여한 노조원에게 더 많은 돈을 주라고 요구한 것이다. 회사 측은 “파업에 많이 나왔다고 돈을 더 지급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 타결금 차등 지급 △파업 기간에 미지급한 임금 100% 보전 △비노조원의 임금 보전 금지 등도 요구했다. 철저하게 노조원에게 혜택을 많이 주라는 주장이다. 이 회사의 노조원은 2200여 명, 비노조원은 2100여 명이다. 회사 측은 임단협 타결금을 차등 지급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노조가 아니라 회사가 지급하는 돈인 만큼 노조 가입 여부에 따라 차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파업으로 일하지 않은 시간에 못 받은 임금을 보전해달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회사 관계자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깨지는 순간 노조가 습관성 파업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가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차별대우해달라고 요구한 이유는 최근 일부 직원이 노조를 이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조합원은 파업을 고집하는 노조 집행부에 반발해 스스로 노조를 탈퇴했다. 일부는 파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제명됐다. 올 들어서만 50명이 넘는 직원이 노조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투쟁도 좋지만 일단 회사가 살아야 하지 않나’라는 의견을 제시하면 매장되는 분위기”라며 “노조 집행부가 너무 나갔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 지침 외면하는 노조원

파업 참가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처음 부분 파업을 할 때만 해도 90%가 넘는 직원이 참여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참여율이 80~90%를 유지했지만 4월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다. 4월 10일 파업에는 70%의 조합원이 동참했지만, 9일 뒤인 19일엔 절반 이하인 48%만 참가했다. 파업 장기화로 임금이 깎이고 수주물량이 줄어들자 일부 조합원이 파업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노조가 전면 파업을 선언한 첫날(지난 5일)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날 야간조 900여 명 중 절반이 파업을 거부하고 일을 했다. 회사는 공장을 정상 가동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생산라인 속도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차량 조립엔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노조 집행부가 전면 파업을 선언했는데 공장이 돌아간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휴일인 6일에는 직원 70여 명이 특근을 했다. 당초 특근하기로 한 직원 대부분이 노조 집행부의 파업 지침에도 불구하고 출근했다.

파업에 불참한 직원들은 “노사 갈등이 계속되면 수주물량이 급감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프랑스 르노 본사는 임단협이 마무리돼야 수출물량 배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부산공장에 배정될 예정이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의 생산지가 르노 스페인 공장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조합원은 노조 집행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하기 위해 강경 투쟁을 고집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박종규 노조위원장이 위원장 선거 당시 민주노총 가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1년 르노삼성 직원 50여 명을 모아 기존 노조(상급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기업 노조)와 별개로 민주노총 르노삼성 지회를 설립한 전력이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