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일본의 닛산자동차가 연합 관계에 있는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가 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합병하면 르노와의 관계를 변경하겠다고 말했다.

4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닛산차 사장은 전날 저녁 "르노와 FCA의 통합이 실현될 경우 닛산과 르노 양사의 관계 방식을 기본적으로 수정해 갈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이카와 사장은 "(합병 성사 시) 전혀 다른 회사가 된다. 여러 가지 것들을 전부 수정해야 한다. 이 중에는 자본 관계의 불균형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닛산차의 이익 확보 관점에서 지금까지의 계약 관계와 업무 진행방식에 대해 분석과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입장 발표는 르노가 FCA의 합병 제안에 대한 답변을 내놓기로 한 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의 이사회 개최 직전에 나왔다.

FCA는 지난달 27일 르노에 각각 50%의 동등한 지분을 소유하는 합병을 전격 제안했었다. 합병이 성사되면 르노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현재 제휴하고 있는 닛산차, 미쓰비시(三菱)차의 생산량을 포함해 1천500만대를 넘어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작사가 된다. 사이카와 닛산차 사장이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르노가 추진하고 있는 자사 통합을 피하면서 르노와의 지분 구조를 자사에 유리하게 바꾸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이다.

르노는 닛산차 주식의 43.4%를, 닛산차는 르노의 주식 15%를 각각 갖고 있다. 르노가 닛산차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닛산차는 르노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르노는 닛산차의 경영을 좌지우지해왔다. 작년 일본 검찰에게 구속된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장기간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지분 구조 때문이다.

닛산차는 르노에 대해 가진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까닭에 이번 합병안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를 할 방법도 없다. 이런 가운데 르노는 닛산차를 통합해 이 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강화하려 하고 있지만, 닛산차는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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