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크게 붙자…'대용량 커피' 전쟁
편의점에서 사서 바로 마실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커피 시장이 커지고 있다. 2015년 처음 1조원대를 넘어선 이 시장은 올해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시장만 커지는 게 아니다. 커피 용량도 커지고 있다. 470mL 500mL 등 대용량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편의점 CU에서 470mL 500mL 대용량 제품은 전체 커피 판매의 10%에 육박하고 있다. 업체들도 바빠졌다. 롯데칠성음료가 칸타타 콘트라베이스로 치고 나가자 커피시장의 강자 동서식품이 이달 대용량 페트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RTD 커피 전체 시장에서는 12년간 1위를 지키고 있는 칸타타(롯데칠성)를 2위 맥심T.O.P(동서)가 바짝 추격하며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용량 커피 무섭게 성장

통 크게 붙자…'대용량 커피' 전쟁
RTD 커피 시장은 대용량 커피가 이끌고 있다. 2013년부터 5년간 RTD 커피 시장 전체는 약 8% 성장한 데 비해 캔 390mL 이상, 컵 300mL 이상 등 대용량 커피 시장은 연평균 170% 성장했다. 2013년 40억원 규모이던 대용량 커피 시장은 지난해 2000억원을 넘어섰다. CU편의점에서 250mL 이상 커피 매출 비중은 2015년 3.8%에서 지난해 31.2%에 달했다. GS25에서 판매되는 대용량 페트 커피의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505% 증가했다.

대용량 시장은 롯데칠성이 앞서갔다. 지난해 4월 500mL 페트병에 든 칸타타 콘트라베이스를 처음 내놨다. ‘대용량 커피는 400mL 이하’라는 이전까지 공식을 깬 제품이다. 콘트라베이스는 작년 9개월간 1600만 개가 팔렸다. 올 들어서는 5월까지 1350만 개가 팔렸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올 들어 월평균 약 270만 개씩 팔려 전년 대비 50% 이상 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들도 가세했다. GS25는 유어스카페25블랙 등 500mL 페트 제품을 선보였고, CU는 1L 대용량 커피를 내놨다. 시장이 커지자 동서식품은 맥스웰하우스 500mL 대용량 제품을 이달 선보이기로 했다. CU 관계자는 “470mL 500mL짜리 커피는 네 가지밖에 없지만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육박할 정도로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1인당 커피 소비량이 늘어난 것과 관련 있다. 하루에 3~4잔씩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대용량 커피를 사 종일 마시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애기다.

캔커피, 칸타타 턱밑 쫓아온 티오피

통 크게 붙자…'대용량 커피' 전쟁
RTD 커피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10여 년간 1위를 지키고 있는 칸타타는 올해 4월 말까지 시장 점유율 16.1%를 기록했다. 작년 14%대에 머물렀던 맥심T.O.P는 점유율을 15.8%로 끌어 올리며 칸타타 턱밑까지 추격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맥심T.O.P의 용량과 패키지를 다양화하고, 커피 기업의 전문성을 살려 원두와 커피 맛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한 덕에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통 크게 붙자…'대용량 커피' 전쟁
RTD 커피 시장의 또 다른 축인 컵커피 시장에서는 매일유업 바리스타룰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바리스타룰스는 전체 RTD 커피 시장에선 17%, 컵커피만 놓고 보면 48%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1997년 국내 최초의 컵커피 마이카페라떼를 내놨고, 2007년 프리미엄 컵커피인 바리스타룰스를 선보이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2017년에 한 차례 대용량 경쟁을 마친 컵커피 시장은 품종과 제조법을 내세운 ‘프리미엄 경쟁’이 치열하다. 빙그레 아카페라는 ‘브라질 세하도 지역 최고 등급인 NY2원두를 사용해 프렌치 로스팅했다’는 문구를 앞세워 마케팅하고 있다. 바리스타룰스는 ‘1% 고산지 프리미엄 원두를 찾아 맞춤 로스팅하고, 전문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라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