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포스코 안전밸브 개방 오염물질 배출 조업정지 처분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오염물질 배출 논란으로 조업정지 처분 10일이 내려지자 "사실상 제철소 운영을 중단하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라며 강력 반발했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충남도는 지난달 30일 현대제철에 블리더(bleeder)라는 안전밸브 개방으로 무단 오염물질을 배출했다며 10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경북도도 최근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고로 정비작업 중 정상적인 상황에서 블리더를 개방한 사실을 확인해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리기로 사전통지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블리더는 공정에 이상이 발생하면 고로 폭발을 막기 위해 가스를 배출하는 폭발방지 안전시설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고로는 최대 4일 정도 가동중지가 가능하지만 4일이 넘어가면 고로 내부 온도가 하강해 쇳물이 굳어 다시 재가동까지 3개월이 걸린다"며 "최악의 경우 고로 사용을 못하게 될 경우 재축조에 24개월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3개월간 조업을 못하면 현재 열연제품 가격(t당 72만∼74만원)으로 볼 때 약 8천억원의 손실이, 최장 24개월이면 8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철강업계 '10일 조업중지'에 "사실상 운영중단 처분" 초비상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이날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20회 철의 날' 행사에 참석해 "현재로서는 블리더를 개방하는 것 외에는 기술이 없다.

어제 충남도를 방문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철강협회장인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이번 조업정지 처분과 관련해 "철강협회에서 입장문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철의 날 축사에 나선 정승일 산업차관은 "산업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도 비정상상황을 막기 위해 정비하는 과정에서 블리더를 개방했고 유해물질이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조업정지후 고로를 재가동한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안전밸브 개방 외에는 뾰족한 기술적 대안이 없다.

지금까지 10일씩이나 조업을 중단한 경우가 없어 재가동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최악의 경우 제철소 운영을 중단하고 다시 지어야 할 판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한 달 정도 유예기간을 거쳐 10일간 조업정지가 되면 행정심판 및 소송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제철소가 안전밸브와 관련해 동일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해외의 경우 제철소 전체 대기질 농도를 측정할 뿐 블리더 부분을 따로 문제 삼지는 않는다.
철강업계 '10일 조업중지'에 "사실상 운영중단 처분" 초비상
안전밸브(블리더)는 고로의 지속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점검 및 유지·보수시에 폭발방지를 위해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 개방된다.

고로당 약 110m 높이의 굴뚝 꼭대기에 4개의 블리더가 있으며 2달에 한 번 정도 개방한다.

개방시간은 수 분에서 최대 1시간 이내이다.

현재 고로는 포스코가 9개, 현대제철이 3개를 운용 중이다.

블리더 개방 시 뿜어져 나오는 것은 대부분 수증기이지만 함께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측정이나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국내에서 미세먼지가 초대형 환경이슈가 되면서 지난 3월부터 블리더 문제가 지자체와 환경단체 등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전남도도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광양제철소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사전통지했다.

이에 광양제철소가 지난달 13일 전남도에 의견서 제출 및 청문요청을 했고, 오는 18일 전남도는 광양제철소 행정처분 관련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안 사장은 "블리더 문제와 관련, 전세계 철강협회와 고로사·엔지니어사들과 고민을 해서 대안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며 "현재로선 조업정지 후 재가동을 한다고 해서 개선될 방법이 없는 것이 고민이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철의 날 기념 세미나에서 발제를 한 포스코경영연구원 안윤기 상무(박사)는 "미세먼지, 폐기물, 온실가스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며 "환경문제와 성장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파리협정이 2021년부터 적용되면 우리 철강업계에 온실가스 감축 부담으로 수천억 원이 들 수 있다"며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고, 정부는 과거 중화학공업을 육성했듯 그런 기술을 사업화 할 수 있는 저탄소 친환경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