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업체 AMD로부터 최신 그래픽프로세서(GPU) 설계 기술을 들여오기로 했다.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의 그래픽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AMD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3일 “AMD와 초저전력·고성능 GPU 설계자산(IP)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AMD는 PC용 중앙처리장치(CPU)·GPU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미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다. 지난달 저전력·고성능 GPU 설계 기술인 ‘RDNA 아키텍처’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특허수수료를 내고 AMD의 저전력·고성능 GPU 설계 기술을 들여와 모바일 AP ‘엑시노스’에 활용할 계획이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모바일 그래픽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AMD는 그동안 컴퓨터·게임기 GPU와 관련해선 두각을 나타냈지만 모바일 분야에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스마트폰 AP를 생산하는 업체와 GPU 파트너십을 체결한 게 이번이 처음일 정도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AMD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영국 ARM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ARM과 AMD의 GPU 기술 모두를 써볼 수 있게 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파트너십 계약을 계기로 AMD의 파운드리 물량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파운드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며 승부를 걸고 있는 사업이다. 팹리스인 AMD는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긴다. 대부분 물량은 대만 TSMC에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 19.1%로, TSMC(48.1%)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AMD는 꼭 빼앗아 와야 할 고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등 최첨단 공정에선 TSMC를 앞서고 있다”며 “AMD의 GPU 생산 물량을 일부라도 가져올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