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지만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며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했다. 대신 “경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앞세웠다.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리를 올린 지 6개월 만에 방향을 틀면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또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흐름은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5월 타결을 예상했던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면서 전망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경기 상황은 더 지켜보고 판단해나가겠다.”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밑도는 것도 공급요인, 정부 복지정책 영향 등이 크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여전히 명목소득증가율을 웃도는 수준이다. 거시경제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을 주의 깊게 보겠다.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왔지만 이를 금통위의 시그널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최근 원화 가치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데.

“우리나라 거시경제에 대한 우려가 전반적으로 반영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거주자 외화예금이 큰 폭으로 감소함에 따라 일부 은행의 달러화 수요가 늘었고 국내 기관투자가의 해외 투자도 증가했다.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가파르게 인상돼 일자리 창출을 저해했다’는 의견을 냈는데.

“최저임금의 영향을 계량적으로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의 고용 부진을 보면 급격한 인상이 고용 시장에 악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