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소수의견에…국채금리 일제히 하락

韓銀, 6개월째 금리 동결
30년물마저 기준금리 밑으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서울 세종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서울 세종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한국은행이 31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하지만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를 키웠다. 이날 금리 인하 기대로 채권 금리가 일제히 하락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연 1.50%에서 1.75%로 올린 뒤 6개월째 동결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금통위에서 만장일치가 깨졌다. 7명의 금통위원 중 조동철 위원이 소수의견을 냈다. 이 총재가 “소수의견은 그야말로 소수의견”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발언을 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유력해졌다고 전망했다.

채권 금리는 전날보다 0.04~0.06%포인트 떨어졌다. 20년물과 30년물 금리가 똑같이 연 1.72%로 0.06%포인트씩 급락해 기준금리를 처음 밑돌았다. 3년부터 30년까지 모든 만기 구간의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돈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한 달 뒤인 2012년 10월 이후 6년7개월 만이다.

“예상보다 빨리 비둘기가 날개를 폈다.”

3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이 나오자 금융시장은 놀랍다는 반응이다. 통화정책에서 ‘비둘기’는 완화적 기조, 즉 낮은 금리를 선호하는 것을 말한다. 이달 초만 해도 시장에선 7월께가 돼야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동안 소수 의견이 등장하면 1~4개월 뒤 현실이 된 점,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 인하 ‘깜빡이’ 켜졌다

'비둘기' 날개 편 韓銀…전문가 절반 "4분기에 금리 인하 가능성"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75%로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6개월째 동결이다. 그러나 금리 인하 ‘깜빡이’가 켜졌다. 조동철 금통위원이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소수 의견은 강력한 기준금리 변경 신호로 여겨진다. 2010년 이후 소수 의견 등장 후 변화를 보면 한 차례만 빼고 수개월 내 깜빡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금리가 움직였다. 길게는 4개월, 짧게는 한 달 뒤 금리 변경이 단행됐다.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은 침체된 경기가 하반기에도 살아나기 어렵고, 통화정책 방향을 틀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시각이 담겨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하지만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는 인식이 퍼질까 경계하는 눈치다. 그는 “소수 의견은 그야말로 소수 의견일 뿐”이라며 “1분기 경제성장률이 부진했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과 투자 부진이 완화되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힘입어 성장 흐름이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낮은 물가상승률이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는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전문가 10명 중 5명 “하반기 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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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에선 연내 금리 인하를 점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경제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명이 연내 금리 인하에 손을 들었다. 예상 인하 시점은 4분기가 많았지만 8월을 내다보는 의견도 있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은 하반기 수출과 투자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명확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저물가 현상이 지속돼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8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세계 경기가 부진해 한국의 수출, 투자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며 “만약 미국 중앙은행이 연내 추가로 금리를 내리면 한은도 금리 동결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내 금리 인하 전망에 유보 입장을 보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은의 경기 진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단기 금리차가 1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고 물가 상승 압력은 너무 약해졌다”며 “선제적인 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채권시장도 소수 의견 등장에 ‘화들짝’

채권시장도 소수 의견 등장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내시장에서 연 1.59%로 전날보다 0.04%포인트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오전 9시 개장 직후 전날보다 0.02%포인트 낮은 연 1.61% 수준에서 맴돌다 오전 11시25분 갑작스럽게 0.02%포인트 더 떨어졌다. 이 총재가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있었다고 밝힌 직후 일부 기관이 더 낮은 금리(비싼 가격)에 채권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보다 상대적으로 경기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고채 20년물과 30년물도 이날 똑같이 연 1.72%로 0.06%포인트 하락했다. 이로써 3, 5, 10, 20, 30년 모든 만기 구간의 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졌다.

고경봉/이태호/서민준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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