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성 금리인하로 대응할 상황 아니다"…인하기대 차단
"가계부채 어떤 기준으로도 많아…디플레 우려도 과도"
이주열 "금리인하 소수의견 '금통위 시그널' 아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1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기준금리를 현 상황에서 바꿀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놓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게 되는데 현 상황을 종합해 보면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은 아니지 않냐고 본다"며 이처럼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한국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진 게 사실이지만 현 상황에서 금리를 바꿀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금융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을 두고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다소 낙관했던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그에 따른 우려가 그런 기대를 형성한 것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1분기 성장은 부진했으나 수출과 투자 부진 정도가 완화되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힘입어 성장 흐름이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경기를 진단했다.

저물가 심화 현상에 대해서도 "공급 요인 측면에서 정부의 복지정책 영향이 크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을 차단했다.

또한 낮은 물가상승률이 디플레이션(상품·서비스 가격의 전반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이주열 "금리인하 소수의견 '금통위 시그널' 아냐"
이날 조동철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낸 것에 대해서는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 의견"이라며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현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조 위원의 소수의견을 두고 "금통위의 시그널(신호)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경상수지는 월별 경상수지 기복이 심하고 작년 4월에도 흑자가 14억 달러에 불과했다"며 "월별 경상수지 흐름은 크게 중시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계절성 요인을 제외하면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바뀌는 게 아니다 보니 전체 흐름과 연간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다만 "4월에 했던 경제전망에 비해 우려되는 상황이 있다.

대표적인 게 미중 무역분쟁"이라며 "지난번에 내다봤던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분쟁은 관세 문제에 그치지 않고 특정 기업에 대한 제재,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가능성 시사 등으로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라며 "종전 전망에 비하면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주열 "금리인하 소수의견 '금통위 시그널' 아냐"
가계부채는 증가세가 둔화한 게 사실이나 한두 달 사이에 불안이 해소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어떤 지표 기준으로 보더라도 상당히 과다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최근 증가세가 둔화했다지만 명목소득 증가율보다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이 저숙련 노동자의 일자리 증가를 저해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 결과에 대해서는 경제이론 측면에서 새로운 지적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도소매, 음식·숙박업 업종과 같이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 비중이 높은 부문에서 고용이 줄어든 것을 보면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관련해서는 "환율이 금리 하나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대해서는 "달러당 1천200원을 염두에 두고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조동철 위원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소수의견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