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신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원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식 신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원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식 신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속도 조절론을 폈다. 박 위원장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첫 전원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다소 빨랐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며 “내년 최저임금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속도 조절이라는 표현은 (입장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지난 2년간 (예년보다) 빨랐던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시장과 우리 경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1만원 천천히 가야”

현행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돼 있다. 박 위원장이 법 조문에 근거한 결정 기준 대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비중 있게 언급한 것은 최근 정부와 여당 안팎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는 ‘속도 조절론’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새 공익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주며 “국민적 수용도가 높고 합리적인 수준의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대담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얽매이지 말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우회적인 동의를 표시했다. “장기적으로 왜 최저임금 1만원까지 못가겠느냐”면서도 “하지만 산에 오를 때도 한걸음에 오를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과거 최저임금이 상당히 낮았던 시기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지금은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선진국과 비교될 정도로 올라와 있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법정시한인 6월 27일 결정”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노·사·공익위원 상견례에서는 첫 만남부터 신경전이 벌어졌다. 백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속도 조절은 정부가 맡아 해야 할 일이 아니다”며 “분명하게 법에 명시된 최저임금위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또 파행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이 2년 동안 너무 급격히 올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위원회에서는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보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경제 상황이나 (기업의) 지급 능력에 맞게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며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문했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심의 일정을 확정했다. 위원회는 다음달 4일 생계비전문위원회와 임금수준전문위원회를 열어 심의 기초자료를 심사하고 19일부터 네 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법정시한인 6월 27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할 계획이다.

간담회에서 자신을 “자영업자의 아들인 동시에 지금은 임금근로자”라고 소개한 박 위원장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사회학)를 받았다. 현재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 위원장도 맡고 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