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2015년 이혼 소식 직접 공개
재산 분할만 4조7000억 원 예상
이혼 조정 실패→소송 진행 중
노소영 측 "이혼하지 않겠다" 의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한경DB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한경DB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 소식을 직접 공개 한지 4년 만에 동거녀 김희원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공개 석상에 등장했다.

지난 28일 최태원 회장은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소셜 밸류 커넥트 2019'(SOVAC)에서 'Social Value, 미래 인재의 핵심 DNA'를 주제로 한 마지막 세션에 김희영 이사장과 함께했다. 최태원 회장은 "회장 최태원이 아닌 인간 최태원이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게 됐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났다"면서 김희영 이사장을 언급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최태원 회장은 현재 노소영 관장과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태원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관장과 1983년 결혼했다. 슬하에 1남2녀를 뒀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26일 자필 편지를 통해 돌연 이혼 소식을 알리면서 김희영 이사장의 존재를 직접 전했다. 김희영 이사장과 사이에서 딸도 태어났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편지에서 노소영 관장과 결혼 생활에 대해 "항간의 소문대로 저의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며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 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고 설명했다.

"종교 활동 등을 하면서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도 했지만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며 "알려진 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에 있다"고도 전했다.

김희영 이사장에 대해서는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며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혼 발표에 앞서 진행됐던 SK그룹이 세무조사, 검찰 수사 등을 받았던 것을 전하면서 "회사 일들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고,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 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면서 혼외 자식의 존재에 대해서도 밝혔다.

또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됐다"며 "그동안 이런 사실을 세상에 숨겨왔다"면서 노소영 관장 역시 최태원 회장과 김희영 이사장의 관계를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혼 소식을 직접 공개한 이유로도 김희영 이사장과 혼외자식을 꼽았다. 최태원 회장은 "제 잘못으로 만인의 축복은 받지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 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 한다"며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이 이혼 의사를 밟힌 가운데 노소영 관장은 "이혼하지 않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당시 노소영 관장은 혼외 자식을 직접 키울 생각까지 하면서 남편의 모든 잘못을 자신의 책임으로 안고 가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이 장기간 이혼 소송을 진행한 배경에도 노소영 관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처음 이혼조정을 신청한 사람이 '유책배우자'에 해당하는 최태원 회장이기 때문.

하지만 이혼 과정 중에도 최태원 회장은 김희영 이사장과 관계를 이어왔다.

2017년 최태원 회장과 김희영 이사장은 티엔씨재단을 공동 설립했다. 티엔씨재단은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장학·교육 사업을 벌이는 공익재단이다. 최태원 회장이 3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재단의 이름은 최 회장의 영문 이니셜 중 '태원'(Tae Won)의 앞 글 T를, 김희영 이사장의 영어이름 '클로이'(Chloe)의 앞 글자 C를 딴 것으로 전해진다.

아래는 최태원 회장의 편지 전문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항간의 소문대로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습니다.

종교활동 등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에 있습니다.

노 관장과 부부로 연을 이어갈 수는 없어도, 좋은 동료로 남아 응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가정상황이 어떠했건, 그러한 제 꿈은 절차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먼저 혼인관계를 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임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들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 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세상에 숨겨왔습니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몇 년이라는 세월이 또 흘렀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침묵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공개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한다면 어디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깨진 결혼생활과 새로운 가족에 대하여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을 덮으면 저 자신은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한쪽은 숨어 지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 일은 제 지위와 안전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몇 사람들의 앞으로도 지속될 삶에 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평소 동료에게 강조하던 가치 중 하나가 ‘솔직’입니다.

그런데 정작 제 스스로 그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 잘못으로 만인의 축복은 받지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 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합니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정사로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제 사면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제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들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합니다.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알려진 사람으로서, 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큰 잘못을 한 것에 대해 어떠한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고백합니다.

2015. 12. 26 최태원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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