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지난 23일 강릉에서 발생한 수소탱크 폭발사고를 계기로 수소차와 수소충전소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은 '실험용 수소탱크의 사고가 저 정도인데 수소충전소는 더 위험한 것 아니냐', '수소차가 도로에서 충돌하면 폭발하는 게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고는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연구실험시설에서 발생한 것으로 수소차나 수소충전소와는 전혀 다른 경우"라면서 "수소충전소나 수소차의 수소탱크는 국제규격에 따라 안전하게 설치되고 있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 수소차·충전소는 안전할까?=정부의 설명대로 수소차나 수소충전소의 탱크는 이번에 사고가 난 실험실의 탱크와는 다르다. 사고가 난 탱크는 강철을 용접해 만들어 이음매가 있지만, 상업용 충전소나 수소차의 탱크에는 이음매가 없다. 특히 수소차의 수소저장용기는 합금 실린더에 철보다 10배 강한 탄소섬유를 감아 만드는데, 에펠탑 무게와 비슷한 7천300t의 하중을 견딜 수 있고 수심 7천m의 수압에도 안전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수소저장용기에 탑재된 센서는 주변 온도나 충격을 감지해 수소 공급을 차단하거나 외부로 방출한다. 만에 하나 용기가 찢어지거나 밸브가 고장 나 수소가 새어나간다고 해도 폭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업계와 정부는 설명한다. 수소는 공기 중 농도가 4~75% 범위로 노출될 경우 점화원과 만나 폭발할 수 있는데 수소는 공기보다 14배나 가벼워 유출되는 순간 공기 중으로 빠르게 확산, 농도가 4%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소가 자연발화하는 온도는 575도로 휘발유(500도), 경유(345도), 메탄(540도)보다 높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화학공학회에 따르면 자연발화온도, 독성, 불꽃온도, 연소속도 등을 평가한 수소의 종합 위험도(1)는 가솔린(1.44)이나 LPG(1.22), 도시가스(1.03)보다 낮다"며 "수소의 위험성이 다른 연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학 전문가들은 수소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수소의 폭발 가능 범위(공기 중 농도 4~75%)는 액화천연가스(LNG)(5.3~15.0%) 등 다른 물질보다 훨씬 넓고, 발화에 필요한 최저 에너지인 최소착화에너지(0.018mJ)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0.28)이나 프로판(0.25)보다 훨씬 낮아 더 쉽게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폭발의 강도를 가늠하는 지표인 폭연지수는 수소(550Barm/s)가 메탄(55Bar m/s)의 10배에 달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수소가 열린 공간에서는 공기 중으로 빠르게 확산해 폭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라며 "이번 사고에서도 100여m 떨어진 건물 창문이 깨진 것을 볼 때 용기 내 폭발에 그치지 않고 화학적 연쇄 폭발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전 세계적으로 수소충전소 사고 없다?=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수소충전소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러나 수소충전소 사고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 고압가스안전협회 자료와 미국 수소사고보고데이터 등에 따르면 2005~2014년 일본의 수소충전소 사고는 21건, 2004~2012년 미국의 수소충전소 사고는 22건이었다. 대부분은 수소 가스 누출에 그쳤지만, 미국에서는 압력방출밸브의 노즐 하단 조립부 결함으로 수소 가스가 누출되면서 화재로 이어지는 등 화재 사고도 두 건 있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미국 충전소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한 이후 화염감지기 배치 등 충전소 설치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며 "그 이후에는 큰 사고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수소충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2010년 군산의 수소가스 공장에서 수소 운송 차량인 튜브 트레일러에 충전작업을 하던 중 트레일러에 설치된 수소가스용기가 파열돼 화재가 발생하는 등 수소가스 관련 사고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수소가스는 생산, 운송, 저장 등 여러 단계에서 위험이 수반되는 연료"라며 "이번 사고가 예외적인 케이스라면서 수소의 안전성만을 강조하는 것보다 위험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안전수칙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게 정부의 역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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