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임원 지난주 방한해 요청
화웨이, 삼성·LG 등에 'SOS'…"부품 공급 줄이지 말아달라"

중국의 화웨이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기업에 부품 공급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미국이 지난 16일 화웨이를 ‘수출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한국 정부에도 화웨이 제재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재계에 따르면 화웨이 모바일사업부 소속 고위 임원은 지난 23~24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기업 임원진과 만나 기존 계약 조건대로 부품 공급을 이행해달라고 요청했다. 화웨이 임원은 이 자리에서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폰 판매량을 대신해 현재 29% 수준인 중국 내 모바일시장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릴 테니, 반도체 등 부품 공급량을 줄이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가 구매하는 한국산 부품 규모는 연간 106억5000만달러(약 12조6000억원) 정도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주요 매출처로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화웨이, 버라이즌 등을 꼽고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전체의 15% 수준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화웨이가 생산하는 스마트폰과 PC에 D램과 낸드플래시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을 화웨이에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화웨이와 모바일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공급을 위한 협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기업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편을 들기가 힘들어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과의 거래를 지속할 경우 미국의 보복이 우려된다. 미국 제재에 동참하면 중국 시장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고 중국의 ‘제2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도 염려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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