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재벌개혁·갑질근절, 공정위의 시대적 과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7일 공정위가 고유의 업무범위를 벗어나 지나친 조사로 기업을 옥죈다는 지적에 대해 "공정당국의 업무범위는 국가나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재벌개혁과 갑질근절 등은 시대적 과제로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현 정부의 공정거래정책 2년의 성과와 과제' 정책토론회의 자유토론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유토론은 패널들이 공정위의 지난 2년간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패널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다.

사회는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봤다.

현직 장관이 토론회에서 자유토론 패널로 직접 참석해 의견을 개진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장관은 이날 김종석 의원과 공정위의 역할 범위를 두고 논박을 벌였다.

김 의원은 "공정위가 경제부처인지 사정기관인지 헷갈리는 수준"이라며 "공정위가 자유경제의 주창자로서 역할을 하면서 규칙을 집행하기보다는 규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어디까지 일을 해야 하느냐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지만 경쟁당국의 업무 범위는 나라와 시대마다 다르다"며 "최근 콜롬비아에서 열린 국제경쟁네트워크(ICN) 연차총회에서 콜롬비아 대통령의 기조연설이 화제였는데, 우리나라 공정위의 업무보다 훨씬 많은 주제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개혁과 갑질근절은 공정위의 경쟁 주창자로서의 역할과 달리 공정거래법만으론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여러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협업을 해야 하고 상법과 세법 등 다양한 법률 해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정비하는 것"이라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경쟁당국으로서 책무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신산업 분야의 동태적 역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공정위의 2년간 업무에 대해 "공정위가 많은 정책을 추진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며 "중소벤처기업부 등과의 협력행정이 없는 것이 아쉽고 실천이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승원 부회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일부 내용이 중소기업을 위한 방향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경성 담합에 대한 전속고발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이 대응력이 약하고 검찰의 별건 수사 관행이 있는 만큼 중소기업에 대해선 전속고발권을 남겨줄 것을 요청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해선 배상액을 확정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 리니언시 제도와 관련해선 대기업의 강요로 인해 담합 등에 가담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처벌을 감면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박용만 상의 회장도 패널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박 회장은 불참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박 회장이 사전에 토론회 내용이 언론보도로 알려져 토론회에서 어떤 말을 해도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부득이 불참한다고 밝혀 왔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