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직장인 A씨는 자가용을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추돌 사고를 당했다. 같은 차선에서 뒤따라 오던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추월을 시도하다 추돌 사고를 낸 것이다. A씨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한 사고였기 때문에 과실비율이 모두(100%) 가해 차량에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험사는 현행 차대 차 사고 과실비율 기준상 쌍방과실로 인정된다며 A씨에게 과실의 20%를 분담하라고 전했다. A씨는 "피할 수 없는 사고를 당했는데 과실까지 떠안게 돼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A씨와 같이 그동안 피해자가 회피하기 어려운 자동차사고임에도 쌍방과실로 처리돼 온 사례들이 가해자 일방과실로 바뀐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손해보험협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개정, 오는 30일부터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직진 차로로 가던 차가 직·좌신호에서 좌회전, 직·좌차로에서 직진하는 차와 부딪힌 경우다. 기존에는 기준이 없어 쌍방과실로 처리되곤 했지만 이 경우 직진 차로에서 좌회전한 차의 100% 과실로 규정됐다.

좌회전 차로에서 직진하는 차와, 직·좌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차가 부딪히는 경우 현행 기준은 직진하는 차에 90%, 좌회전하는 차에 10%의 과실을 묻고 있다.

점선 중앙선이 그어진 왕복 2차선 도로에서의 추월로 발생한 사고도 추월차량의 100% 과실로 변경됐다. 기존에는 추월당하면서 들이받는 차에도 20% 과실을 물어왔다.

고속도로·자동차전용도로에서 앞서 가는 화물차 등에서 적재물이 떨어져 뒤차와 부딪히는 사고의 경우 기존에는 적재물을 떨어트린 차에 60% 과실을, 이를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뒤차에도 40%의 과실을 매겼다.

앞으로는 적재물을 떨어트린 차에 100% 과실로 바뀐다. 단, 뒤차가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주행한 경우에 한해서다.

자전거도로와 회전교차로 등 근래 들어 설치된 교통시설물과 관련된 사고의 과실비율도 새로 책정됐다.

자전거도로로 진입한 차가 자전거와 부딪힌 경우 기존에는 과실비율 기준이 없었다. 때문에 손보사들은 자의적으로 자전거에도 10%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왔지만 앞으로는 자전거에 과실을 매기지 않는다.

1차로형 회전교차로를 돌고 있는 차와 회전교차로에 진입하는 차가 부딪힌 경우 진입하는 차에 80%, 회전 중인 차에도 20%의 과실로 책정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피해자가 예측·회피하기 어려운 사고는 가해자에게 무거운 과실 책임을 부과해 피해자 보호 강화 및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변화하는 교통환경에 적합한 과실비율 기준을 신설해 과실비율 분쟁을 예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