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KCC컨소시엄의 글로벌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이하 모멘티브) 인수에 국내에서 필요한 1조원대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납입했다. 시중은행이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조 단위 금액을 모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은행은 이번 거래를 계기로 해외 기업금융(IB) 분야 강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계획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KCC의 모멘티브 인수 대금 중 국내 모집 물량인 8억4000만달러(약 1조원)를 최근 납입 완료했다. 해외에서 별도로 모집한 금액을 포함해 총 30억달러(약 3조5600억원)가 모두 납입되면서 거래가 종결(클로징)됐다. 앞서 KCC컨소시엄은 지난해 모멘티브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달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서 인수 대금 납입 절차만을 남겨뒀었다.

국민은행 측은 “이번 인수 금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자평했다. 국내 기업의 대규모 해외 M&A에서 국내 은행이 인수 자금을 주도적으로 조달한 사례는 드물다. 2007년 두산그룹의 밥캣 인수 건 정도가 눈에 띈다. 당시에도 산업은행이 거래를 주도하고 시중은행은 보조적인 역할을 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인수 금융에 대해서는 KCC가 보증하는 조건이 붙어 수요가 더 몰린 측면이 있다”면서도 “해외 은행이 아닌 국내 은행이 금융주선에서 큰 역할을 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 도약’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해외 IB 부문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는 해외 IB 조직도 강화했다. 지난 3월과 5월 각각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에 해외 IB 유닛(사무소)을 새로 설치했다. 인프라금융부는 기존 1개에서 2개로 확대하고 부서별로 해외 팀을 별도로 만들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